박민지. 사진제공|KLPGA

박민지. 사진제공|KLPGA


17번(파3) 홀에서 버디를 잡은 박민지(23)는 챔피언조의 장하나(29)를 다시 1타 차로 압박한 뒤 먼저 경기를 끝냈다. 하지만 키는 장하나가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 18번(파4) 홀에서 파 세이브만 성공해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었다. 박민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장하나의 3.2m 파 퍼트는 홀컵을 살짝 빗나갔다. 그리고 연장전. 다 잡았던 자력 우승 기회를 놓친 장하나로선 어쩌면 ‘예고된 패배’였을지 모른다. 반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승부를 펼친 박민지에게는 ‘준비된 우승’이었다.

박민지가 25일 경남 김해시 가야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021’(총상금 8억 원) 4라운드에서 2차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역전 우승 기쁨을 누렸다. 시즌 두 번째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신인이던 2017년 이후 매년 1승씩 기록하는 기분 좋은 공식을 이어가며 통산 5승에 입맞춤했다. 특히 5승 중 3승을 플레이오프 승부에서 수확해 ‘연장 승부의 강자’로 떠올랐다.

공동 선두 장하나와 이다연(24·이상 10언더파)에게 1타 뒤진 9언더파 공동 3위로 최종 라운드를 맞은 박민지는 16번(파5) 홀까지 버디 3개, 보기 3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한 때 3타 차 단독선두까지 치고나갔던 장하나가 11번(파4) 홀에서 더블보기로 주춤하며 기회가 오는 듯 했지만, 끝내 뒤집지는 못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가장 어렵다는 17번(파3)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기회를 엿봤고, 장하나가 18번 홀에서 1타를 잃으면서 연장 승부가 성사됐다.

1차 연장에서 둘 모두 파를 기록한 가운데 심리적으로 쫓긴 장하나가 2차 연장에서 5.8m 거리의 파 퍼트를 실패하자 박민지는 기다렸다는 듯 1m 거리의 파 퍼트를 홀컵에 빠뜨리며 짜릿한 연장 승부의 주인공이 됐다. 반면 모처럼 ‘봄 우승’을 갈망하며 이번 대회 1~3라운드 내내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장하나는 정규라운드 18번 홀 통한의 보기에 발목을 잡히고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올 시즌 목표는 3승”이라고 했던 박민지는 “우승을 하고 싶다고는 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정말 하게 될지는 몰랐다”면서 “연장을 하기 위해 18번 홀로 다시 이동하면서 캐디 오빠가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자신있게 치자’고 했는데, 그 말에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올해 목표에 이제 2승이 남았으니 힘차게 달려가겠다”고 덧붙인 그는 다음 주 예정된 ‘크리스F&C 제43회 KLPGA 챔피언십’을 떠올리자 “우승하고 싶다”며 첫 ‘메이저 퀸’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