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브리핑] 30년 우정 첫 대결…허문회 감독, “밖에선 친구·필드선 냉정히”

LG 류지현 감독(왼쪽)-롯데 허문회 감독. 스포츠동아DB

30년 동안 이어진 우정. 각별한 인연은 뒤로 한 채 그라운드에서 각자의 지략을 뽐냈다. 승부의 세계에서 승자와 패자는 갈렸지만 이는 감독의 숙명이다. 류지현 LG 트윈스 감독(50)과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49)에게 27일은 특별한 하루였다.

LG는 잠실 롯데전에서 4-0으로 승리했다. 올 시즌 첫 ‘엘롯라시코’ 맞대결에서 LG가 웃은 것. 이 경기는 두 사령탑의 인연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생일이 빠른 허 감독은 류 감독과 90학번 동기다. 경성대 출신 허 감독과 한양대 출신 류 감독은 대학시절 태극마크를 함께 달며 우정을 쌓았다. 허 감독은 1994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는데, 직후 트레이드로 LG행이 결정됐다. 그해 1차지명자였던 류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다. 류 감독의 결혼식 날엔 허 감독이 웨딩카를 운전했다.

두 사령탑은 27일 경기 전에도 잠시 만나 망중한을 즐겼다. 허 감독은 28일 LG전에 앞서 “평소에도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솔직히 버스 타고 잠실로 올 때만 해도 ‘우리가 이기겠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기가 부족했다”며 웃었다. 이어 “야구장 밖에선 친구지만 필드에 나오면 냉정한 사이다. 그래도 우정은 깨질 수 없는 것 같다”면서도 “맞붙을 땐 롯데가 이겼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류 감독은 올해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를 위해 부산을 찾았을 때 “대학 시절부터 친했던 친구들이 감독이 됐다. 언제까지 함께 감독직을 맡을지 모르겠지만 훗날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진한 우정을 드러낸 바 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