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이정철 감독, 특별했던 2016리우올림픽을 말하다

입력 2021-07-11 1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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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올림픽은 모든 출전선수에게 꿈의 무대지만 지도자에게도 두고두고 자랑할만한 일이다.

이정철(61) 감독은 2016리우올림픽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으로, 20년 전인 1996애틀랜타올림픽 때는 여자대표팀 트레이너로 올림픽을 경험했다. 흔치 않은 경력이다. 그 역시 “올림픽은 일반 대회와는 다른 뭔가 특별한 것이 많다”고 했다. 평소 선수들에게 올바른 습관과 행동이 만드는 좋은 루틴과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이정철 감독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선수들끼리 즐거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올림픽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올림픽은 어떤 대회인가.
“각 대륙을 대표하는 팀과 선수가 모여서 다양한 경기를 하는 축제다. 단일종목을 치르는 세계선수권대회나 월드컵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아시안게임하고도 다르다. 지도자로 2번이나 참가했는데 올림픽은 대회 개최지에 따라 선수촌 분위기부터 많은 것이 달라진다. 선수촌에 있으면 다른 종목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도 우연히 보고, 선수들의 눈길을 끌 것도 많다. 집중하기 힘든 분위기다.”


-일반 대회와는 여러모로 다른 올림픽에서 중요한 점은.
“이럴 때일수록 기본이 중요하다. 일단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야 한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16년 리우 때는 음식이 우리 선수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체육회에서 제공하는 도시락을 하루에 한 끼 이상 먹었다. 그만큼 사정이 좋지 않았다. 우리 음식을 미리 준비해간다고 해도 쉽지 않다. 시차가 있고 숙소도 다른 환경에서 편한 잠자리도 중요하다. 훈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과 분위기 관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집중하기 힘든 환경 때문에 그런가.

“그렇다. 리우 때 우리 팀 숙소 가까이 테니스코트가 있었다. 거기서 조코비치가 훈련을 했다. 다른 나라의 많은 선수들이 그 장면을 보기 위해 모였다. 선수촌에서 지내다보면 다른 종목의 세계적인 선수들을 우연히 만날 수 있다. 이런 선수를 보면 같은 운동선수지만 설렌다. 경험이 없거나 어린 선수는 산만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당시 세계랭킹 1위 조코비치도 1회전에서 탈락했다. 올림픽은 경기 외적인 부분을 결코 무시하지 못한다.”


-리우대회 때 선수촌에서의 생활은 어땠나.

“이동이 가장 불편했다. 정해진 시간까지 훈련장으로 이동할 때마다 문제가 생겼다. 우리 선수단을 태운 버스의 기사가 훈련장 위치를 모를 때도 있었고 길을 잘못 들어서 헤매기도 했다. 선수들을 태운 채로 버스가 후진하다 큰 고목나무와 충돌한 적도 있었다. 버스 유리창이 깨졌지만 다행히 선수들은 부상당하지 않았다. 예상 못한 자질구레한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훈련을 평소처럼 집중하서 하기 힘들다. 시간도 모자라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장비를 쓸 수 없다. 세계 각국의 여러 종목의 선수들도 그 곳에 있다. 여러모로 불편한 가운데 선수들이 각자 알아서 집중하고 미리 준비를 잘해야 한다.”


-이런 산만한 환경이라면 올림픽을 경험해본 베테랑의 역할이 중요하겠다.
“그렇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각자 떨어진 숙소에서 지내는 바람에 만나기도 쉽지 않다. 식당에서조차 모든 선수가 모이기 힘들다. 넓은 식당이지만 우리 선수들만을 위해 따로 자리를 마련할 수 없다. 요령껏 해야 한다. 결국 몇몇 선수끼리만 따로 다녀야 한다. 만날 기회가 적어서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숙소에서 함께 지내는 베테랑 선수가 후배들에게 좋은 얘기를 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자꾸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선수들끼리 신나야 한다. 선수들 스스로 마인드컨트롤과 컨디션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사진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올림픽 경기 때 느끼는 긴장감은 어떤가.

“12개 팀이 참가해 각 조에서 2개 팀이 탈락하고 4개 팀이 올라간다. 예선탈락과 8강행은 하늘과 땅의 차이다. 올림픽은 치르는 경기 숫자가 많지 않아서 체력부담은 다른 대회보다는 크지 않지만 준비를 하는 스릴은 있다. 현지에서 많은 훈련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대회가 열리기 전에 다른 조의 팀과 사전에 연습경기 일정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 리우 때는 네덜란드, 이탈리아와 연습경기 일정을 잡아서 실전감각을 높였다.”


-지금 이 시점이면 상대 팀의 전력분석은 끝났다고 봐야 하나.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명단을 보면 답은 나와 있다. 이번 VNL에서 브라질과 일본은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들이 모두 나왔다. 세르비아만 달랐다. 잘 준비할 것으로 본다. 상대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다. 다행히 이번에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비슷한 환경의 도쿄에서 대회가 열리고 음식도 입맛에 맞아서 나을 것이다. 선수들이 컨디션 관리를 잘 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픈 것이 있다면.

“우리 여자대표팀에 많은 응원을 부탁드리지만 혹시 결과가 좋지 못했을 때도 선수들을 비난하기보다는 그동안 고생한 선수들에게 격려를 먼저 해주셨으면 한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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