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기증받은 헌공으로 맨땅에서 훈련한 케냐의 흙수저 배구

입력 2021-07-20 09: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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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7시40분 대한민국 여자배구대표팀은 A조 2차전 케냐와 경기를 갖는다.



케냐는 지난해 1월 아프리카 대륙예선에서 4전 전승을 거두고 도쿄 행 출전권을 따냈다. 지난 2일 폴 비톡 감독은 대표팀의 최종엔트리 12명을 발표했다. 제인 와쿠, 조이 루세나카(이상 세터), 샤론 쳅춤바, 엠마큘레이트 쳄타이(이상 라이트), 머시 모임, 노엘 무람비, 레오니다 카사야, 파멜라 젭키루이(이상 레프트), 에디스 무쿠빌라니, 글래디스 에카루, 로린 셰벳(이상 센터), 아그라파나 크누두(리베로)다. 이들 가운데 머시 모임은 23일 개회식 때 케냐선수단의 여자기수로도 나선다.



우리 배구 팬에게 많은 것이 알려지지 않은 케냐 여자배구는 2000시드니, 2004아테네올림픽에 이어 3번째 올림픽 본선진출이다. 일본배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1970년대 일본인 지도자가 케냐에 진출해 배구지도를 시작했고 2번의 올림픽 본선진출도 일본인 지도자의 도움을 받았다. 지금도 케냐대표팀에는 전력분석을 담당하는 일본인 코치(가타기리 쇼타)가 있다. 고교시절 배구선수 생활을 했던 그는 대학졸업 뒤 청년 해외협력단의 일원으로 인연을 맺어 케냐 배구대표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최근 일본 언론과 했던 인터뷰를 보면 케냐 대표팀이 어떤 훈련을 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인터뷰에 따르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때 강력한 봉쇄에 들어갔다. 17일 현재 약 19만 명이 감염됐고 37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바람에 모든 스포츠 시설들은 문을 닫았다. 다만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선수와 팀에게만 예외를 적용해줘서 대표선수들은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케냐 선수들은 올림픽 본선행이 결정된 뒤 3월부터 합숙훈련에 돌입했다. 선수단이 사용하는 실내체육관이 코로나백신 접종센터로 사용되는 바람에 실외에서 체력훈련을 많이 했고 4월 초순부터는 다시 실내체육관에서의 훈련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실내에서는 인원제한으로 대표선수들이 2개조로 나뉘어 훈련을 할 정도로 올림픽 준비상황은 쉽지 않았다.

케냐의 배구인프라는 대한민국의 1970년대를 연상시킬 정도로 열악하다. 국가대표팀과 소수의 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실외의 맨땅에서 배구를 한다. 이 바람에 배구공이 너무 쉽게 닳고 표면이 훼손되지만 그나마 이런 공마저도 풍족하게 쓸 형편은 아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가타기리 코치는 일본의 연고지에 SOS를 쳤고 헌 배구공 600개를 기증받은 뒤 화물선으로 싣고 와서 케냐의 배구 선수들이 사용하도록 도왔다.



비록 훈련환경은 좋지 못하지만 “신체능력과 피지컬은 뛰어나고 기술도 안정됐다”고 기타기리 코치는 케냐배구의 특징을 설명했다. 그가 꼽은 대표팀의 장점은 유연성과 놀라운 점프력에서 나오는 스파이크다. 다만 잘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가 커서 안정감은 떨어진다고 봤다. 케냐대표선수들 대부분이 플레이 때 버릇이 있고 전체적으로 배구의 기본인 서브 리시브는 떨어진다는 평가도 내렸다. 순발력과 점프능력에 비해 버티면서 공을 받아내는 자세와 상대의 서브를 기다리는 인내심이 떨어져 이 부분이 약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결국 전략적인 서브가 대한민국-케냐 전의 승패를 가름할 요인으로 보인다. 우리 대표팀은 25일 케냐-일본의 경기 결과를 보고 충분히 분석한 다음에 경기하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은 있다. 맨땅에서 헌공으로 훈련한 흙 수저 선수들과의 대결. 우리 대표선수들에게는 이겨야 본전인 경기라 더욱 결과가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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