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신재환은 2일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기계체조 종목별 결선 남자 도마 부문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2012년 런던대회의 양학선(29·수원시청) 이후 9년 만에 남자체조에서 나온 올림픽 금메달이다. 신재환은 1차시기 14.733점, 2차시기 14.833점으로 평균 14.783점을 받았다.
신재환은 체조대표팀의 비밀병기였다. 그동안 많이 노출되지 않았을 뿐 국제체조연맹(FIG) 도마 랭킹 1위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고, 예선에서도 1·2차시기 평균 14.866점을 받아 1위로 결선에 올랐다. 스스로도 “도마 종목을 언급할 때 떠오르는 선수이고 싶다. 매 경기 최고라는 생각으로 임한다”고 했을 정도로 자부심이 강했다.
신재환은 예선에서 선보였던 요네쿠라(난도 6.0점)와 여2(난도 5.6점) 기술로 승부를 걸었다. 결선 진출자 8명 중 난도 점수가 가장 높은 신재환의 메달을 위한 키워드는 역시 착지였다. 가장 먼저 연기를 펼친 아뎀 아실(터키)과 카이오 사우사(브라질)가 연달아 착지에서 큰 실수를 범해 낮은 점수를 받은 것도 타산지석이 됐다. 니키타 나고르니(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는 2차시기 비행에 앞서 착지 자세부터 연습하기도 했다.
8명 중 6번째로 연기를 펼친 신재환에 앞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선수는 아르투르 다브티안(아르메니아·14.733점)이었다. 신재환은 1차시기에서 14.733점을 받았다. 난도 6.0점의 기술을 시도했으나, 착지에서 발이 라인 밖으로 나가면서 감점이 발생했다. 그러나 여홍철(경희대 교수)의 고유기술인 ‘여2’ 기술을 시도한 2차시기에서 깔끔한 착지로 14.833점을 받았다. 점수를 확인한 신재환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코치진과 기쁨을 나눴다. 최소 동메달을 확보한 순간이었다.
곧이어 연기를 펼친 데니스 아블리아진(ROC)도 깔끔한 연기를 펼치면서 신재환과 같은 1·2차시기 평균 14.783점을 마크했으나, 신재환이 난도 점수에서 앞서 1위를 유지했다. 아블리아진은 1·2차시기에서 모두 난도 점수 5.6을 받았지만, 신재환의 1차시기 난도 점수는 6.0이었다.
마지막으로 연기를 펼친 카를로스 에드리엘 율로(필리핀)가 1·2차시기 평균 14.716점이 돼 신재환의 금메달이 확정됐다. 율로의 점수가 나오자마자 신재환은 태극기를 들고 환호했다. 9년 전 금메달의 주인공 양학선은 신재환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축하해줬다. 예선 9위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던 양학선은 큰 경기 경험이 부족했던 신재환의 든든한 멘토 역할을 해내며 금메달의 조력자가 됐다.
이로써 한국 체조는 전날(1일) 여서정(19·수원시청)이 동메달을 따낸 데 이어 이번 대회 남녀 도마에서 금메달과 동메달 1개씩을 따내는 눈부신 성과를 냈다. 비밀병기의 깜짝 금메달은 또 한 차례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도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