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양석환. 스포츠동아DB
2015시즌 LG 트윈스에서 프로 1군에 데뷔한 그는 장타력을 지닌 거포 유망주로 일찍부터 주목받았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 직전인 2018시즌 22홈런을 터트리며 잠재력을 터트렸다. 그 때만 해도 LG의 차세대 4번타자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해 전역 후 40경기에서 타율 0.246, 3홈런, 13타점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기대했던 모습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결국 투수보강이 필요했던 LG의 사정에 따라 함덕주, 채지선의 반대급부로 남호와 함께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 때만 해도 타선의 공백을 채울 순 있지만, 지금과 같은 활약을 하리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양석환은 6일 현재 올 시즌 96경기에서 타율 0.291(361타수 105안타), 23홈런, 69타점, 출루율 0.347을 기록 중이다. 홈런은 팀 내 1위이자, 리그 공동 4위다. 타점은 팀 내 2위이자, 리그 7위다. 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3연타석 아치를 그리며 개인 한 시즌 최다홈런(종전 22개)을 넘어섰고, 내친김에 3할 타율에도 도전하고 있다. 0.364의 고타율을 기록 중인 9월의 페이스를 고려하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양석환은 공격력을 강화할 수 있는 카드”라던 김태룡 두산 단장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양석환의 업그레이드가 눈에 띄는 이유는 또 있다. 과거에도 LG와 두산이 함께 홈으로 사용하는 잠실구장을 벗어난 뒤 잠재력을 폭발시킨 사례는 적지 않았지만, 양석환은 다르다. 외야 펜스까지 거리가 가장 긴 홈구장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성적을 끌어올렸다. 홈(타율 0.255·7홈런·22타점)과 원정(타율 0.320·16홈런·47타점) 성적의 편차는 존재하지만,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스윙을 하며 상대 배터리를 위협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공격적인 스윙을 전개할 수 있도록 배려한 김태형 두산 감독의 조언도 한몫 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약점을 보완하려다 실패했지만, 이제는 내가 잘하는 것을 제대로 해보자고 마음먹었다”는 말로 변화를 설명했다.
두산은 올 시즌 7위(44승2무50패)로 고전하고 있다. 6년 연속(2015~2020년) 한국시리즈에 오른 팀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선수들의 이탈과 그에 따른 세대교체 준비 과정에서 병역 의무를 마친 우타 거포의 등장은 한 줄기 빛과 다름없다. 그 주인공은 양석환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