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리포트] “정리 위해”·“선수 보호” 김태형-류지현 감독이 밝힌 11일 전말

입력 2021-09-12 14: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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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왼쪽), LG 류지현 감독. 스포츠동아DB

양 팀 사령탑이 홈플레이트 뒤에서 마주했다. 흔히 볼 수 없는 장면.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54)과 류지현 LG 트윈스 감독(50)은 몸에 맞는 공으로 불거진 신경전의 확전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LG와 두산의 팀간 9차전이 펼쳐진 11일 잠실구장. 5-5 무승부로 끝난 이날 경기에서 LG 선발투수 김윤식은 1회말 두산 김재환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준 뒤 5연속 볼넷으로 4실점했다. 3회말에는 LG 3번째 투수 최동환이 두산 박계범과 장승현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다. 3회까지 사구만 3차례. 최동환도 곧장 모자를 벗고 1루측 두산 덕아웃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3회말 종료 후 LG 서건창과 오지환이 최수원 구심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러자 김 감독이 벤치를 박차고 나왔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이 LG 벤치 쪽으로 “이리 와봐”라고 하는 음성이 TV 중계에 잡혔다. 류 감독도 곧장 나와 김 감독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큰 충돌은 없었지만 불편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양 팀 감독이 그라운드에 나왔다는 자체가 드문 광경이었다. 김 감독이 부른 이가 LG 선수가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김 감독은 12일 잠실 LG 트윈스와 더블헤더 제1경기에 앞서 전날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 감독은 “우리 벤치에서 한 코치가 상대에게 자극적인 말을 했다. 오지환이 이에 대해 어필한 것이다. 주심이 우리에게 주의를 줬는데, LG 벤치에서도 이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계속 오갈 것 같아서 상황을 정리하려고 류 감독을 불렀다”고 돌아봤다.


6월 13일 이후 3개월 만에 성사된 잠실 라이벌전에서 빚어진 과열 양상. 3회말로 이른 시점에서 더 큰 확전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 감독은 “우리 쪽에서 자극적인 말이 나왔으니 LG에서도 충분히 심판한테 얘기할 수 있었다. 감독 입장에서도 받아들였다. 서로 소리 지르거나 하지 말자는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으로 관중이 없다보니, 평소라면 들리지 않았을 양측의 이야기도 더욱 선명히 전해질 수밖에 없다. 김 감독도 “아무래도 그렇다. 벤치에서 말 한마디를 해도 상대에게 잘 들린다”고 공감했다.


류 감독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 류 감독은 “연속 몸에 맞는 공이 유쾌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두산 선수보다는 벤치(코칭스태프)에서 우리 선수를 향해 강한 메시지가 나왔다. 벤치의 기 싸움인데, 선수를 보호하고 커버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 그라운드에 나갔다”고 강조했다. 이어 “승부의 세계다. 이겨야 하는데, 선수가 아닌 벤치에서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우리 벤치도 선수를 커버하는 메시지를 전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류 감독에 따르면 김 감독은 12일 경기에 앞서 LG 감독실을 찾았다. 출근 전이었던 류 감독은 훈련을 마친 뒤 김 감독을 따로 찾아 이야기를 나눴다. 류 감독은 “(감독끼리) 자연스럽게 정리하는 게 맞다. 그래야 선수들끼리 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잠실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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