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지옥에서 구한 ‘캡틴’ 손, 이란 원정 악몽 격파도 ‘내 손’으로

입력 2021-10-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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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마음은 조급하고 몸도 무거웠지만 에이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곧 불어 닥칠 처참한 운명을 직감하며 고개 숙인 그 순간, 상대 문전 오른쪽에 있던 ‘캡틴’의 왼발이 번뜩였다. 한국축구가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차전에서 짜릿한 2-1 승리를 완성한 장면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7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아시아 최종예선 홈경기에서 후반 44분 ‘손세이셔널’ 손흥민(29·토트넘)의 결승골로 시리아를 제압하며 2승1무, 승점 7로 조 2위를 지켰다. 이어진 타 팀 경기 결과, 3위권과 격차가 5점까지 벌어져 여유가 생겼으나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진짜 승부가 찾아온다. 12일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 ‘원정 팀의 무덤’으로 불리는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4차전을 갖는다. 최종예선 첫 원정경기다. 한국은 9승9무13패로 역대 전적에서 이란에 크게 밀린다. 마지막 승리의 기억은 2011년 1월 도하에서 펼쳐진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2-1)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후 4연패를 하다 최근 2경기 연속 무승부로 웃지 못했다.

9일 현지 입성한 손흥민의 어깨가 무겁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올해 6월 레바논과 월드컵 2차 예선 홈경기에서 페널티킥(PK)을 성공시킨 그는 2019년 10월 10일 스리랑카와 월드컵 2차 예선 이후 2년 만에 A매치 필드골을 터트려 기세를 끌어올렸다.

시리아전에서 손흥민의 퍼포먼스는 인상적이었다. 벤투 감독은 그에게 공격 2선을 맡기며 수비 부담을 줄여줬고, 황의조(29·보르도)가 교체 아웃된 뒤 최전방으로 전진시켰는데, 경기 막판 김민재(25·페네르바체)의 헤더 도움을 받아 한국을 구했다. 이 경기를 잡지 못했다면 A대표팀은 홈 3연전에서 승점 5에 그쳐 월드컵 본선 시나리오가 크게 꼬일 뻔 했다.

A대표팀 주장으로 마지막 이란전 승리를 맛본 이는 박지성(은퇴)이다. 이란을 누른 2011 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그는 2009년 2월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1-1) 대결을 앞두고 “10만 관중의 아자디는 한국에게는 지옥이 될 것”이라고 도발한 상대 주장 네쿠남(은퇴)에게 “천당이 될지, 지옥이 될지 다시 얘기하자”고 일갈해 한국 팬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했다.


박지성~기성용(32·FC서울)에 이어 A대표팀 주장을 물려받은 손흥민이 시원한 경기력과 깔끔한 결과로 오랜 악몽을 끊어주길 모두가 기대한다. 특히 벤투 감독은 빅 매치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어 ‘숙적’ 이란 원정은 손흥민이 ‘월드클래스’ 진가를 발휘하는 데 최적의 무대다. “원정은 모두 같은 조건이다. (이란전의) 안 좋은 흐름을 털어내도록 철저히 준비할 것”이란 손흥민의 단단한 다짐이 지켜질 수 있을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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