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타 단짝’ 김정호의 슬럼프 극복기 [V리그]

입력 2021-11-04 14: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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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 김정호(가운데). 사진제공 | KOVO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 후인정 감독은 3연패에 빠진 뒤 “경기력은 나쁘지 않은데, 승리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레프트 김정호(24)를 언급하며 “지난 시즌 보여준 것만큼 올해도 보여줘야 한다는 심적 부담이 큰 것 같다. 편하게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 감독의 주문이 통했다. 김정호는 3일 홈에서 열린 대한항공전에서 펄펄 날았다. 외국인 케이타가 31점으로 최다 득점을 올린 가운데 김정호도 13점으로 3연패 탈출에 큰 힘을 보탰다. 공격 성공률 63.16%와 리시브 효율 40.74%를 각각 기록하며 이번 시즌 가장 좋은 활약을 보였다.

김정호는 지난 시즌 케이타와 함께 KB를 10년 만에 봄 배구로 이끈 주포다. 득점 순위 10위에 공격종합 3위, 서브 7위에 오를 만큼 후회 없는 시즌을 보냈다. 리시브, 디그 등 수비에서도 팀 공헌도가 높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기대감이 부풀어 오른 건 당연했다.

KB손해보험 김정호(가운데). 사진제공 | KOVO


하지만 초반 3경기에서 극도로 부진했다. 겨우 16점(경기당 5.3점)에 그칠 만큼 몸이 무거웠다. 팀도 어려움에 처했다. 공격은 케이타에게 점점 더 집중됐다. 김정호의 컨디션이 올라와야 케이타의 ‘몰빵 배구’도 줄일 수 있다. 그게 KB가 살 길이기도 했다. 후 감독은 4차전 삼성화재와 경기에선 아예 쉬게 했다.

김정호는 스스로를 돌아봤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과 주변을 너무 의식하는 소극적인 자세가 발목을 잡았다. 또 잘못한 부분에 대해 심하게 자책했던 점도 후회했다. 팀에서 공격은 물론이고 수비도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어깨를 짓눌렀다. 군 입대와 자유계약선수(FA) 등에 대한 생각이 너무 많았던 점도 반성했다. 그는 “여러 가지를 너무 조급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KB손해보험 김정호. 사진제공 | KOVO


무엇보다 마음의 안정이 우선이었다. 주위에서도 적극 도왔다. 감독은 물론이고 동료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힘이 됐다. 김정호는 “케이타와 (정)민수 형이 ‘네가 흔들리면 팀이 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도와줄 테니까 믿고 뛰어보자’고 했다”면서 “그동안 내가 자책했던 것들이 다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정호는 대한항공전에서 위기의 순간마다 번뜩이며 지난 시즌의 모습을 조금씩 찾아갔다. 후 감독은 “김정호는 오늘 경기처럼만 해주면 충분하다”며 격려했다.

의정부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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