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위해 야구하지 말란 사령탑-복 받았단 선수, 선례 남긴 KT [KT V1]

입력 2021-11-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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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고척스카돔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KT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중립 경기가 열렸다. 8-4 승리를 거두며 KT가 시리즈 전적 4승 무패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현실에서 감독과 선수의 관계는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자신을 쓰는 감독이 최고의 명장이며, 반대의 경우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2021년 KT 위즈는 그래서 KBO리그에 적잖은 의미를 남겼다. 감독은 선수들에게 각자를 먼저 생각하라고 주문하는데, 선수들은 팀을 먼저 논한다. 이 케미스트리는 챔피언의 비결이다.

KT의 2020년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대부분의 선수단이 1월 29일 한국을 떠났는데, 이강철 감독은 이보다 이틀 빠른 27일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열흘 전부터 훈련 중인 베테랑 선수들과 식사 자리를 가지며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이 감독은 이 자리에서 선수들에게 “팀 승리를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너희 자신을 위해서 야구를 해야 한다. 감독을 위해 야구를 한다는 건 말이라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한준, 박경수, 황재균, 장성우 등 숱한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베테랑들도 처음 듣는 얘기였다. 이 감독은 과거 자신이 했던 실수를 떠올리며, 그 기억을 후배들이 답습하지 않길 바랐다.

감독도, 팀도 아닌 자신을 앞세우라는 말. 이러한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일까. 선수들은 오히려 자신보다 ‘팀 KT’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 2019년 창단 첫 5할 승률 반열에 오른 데 이어 2020년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쳤고, 2021년에는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이 감독이 강조하는 ‘팀 KT’가 함께 쌓은 결과임은 분명하지만, 특히 큰 경기로 향할수록 고참들의 안팎 집중력이 빛났다. 장성우는 올 가을, 이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감독님께서 (유)한준이 형, (박)경수 형, (황)재균이 형, 나를 많이 배려해주신다. 경기 전 매번 ‘몸은 괜찮냐. 출장할 수 있겠냐’를 물어봐주신다. 3년간 그런 모습을 꾸준히 봤다. 형들이 ‘말년에 복 받았다. 이렇게 좋은 감독님을 만났다’는 얘기를 자주한다. 실제로 야구하면서 큰 복이다. 감독님을 위해서 야구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형들도, 나도 조금 더 보답하기 위해 잘하려고 한다.”

선수와 감독은 자칫 어려운 관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KT 선수단은 이 감독에게 서슴없이 농담을 건네는 등 동반자의 개념으로 서로를 대한다. 이 감독도 때로는 미디어를 통해 선수를 강도 높게 질책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뒤에는 감독실로 따로 불러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방향을 당부한다. 박경수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감독님께서는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이도록 만드는 능력자 같다. 별다른 말을 안 해도 작은 행동만으로 고참들을 먼저 움직이게 만드신다. 감독님이 어떤 일로 고참들과 상의를 한다면, 우리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후배들을 끌고 간다. 후배들도 잘 따라와준다. KBO리그에도 이런 문화가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

18일 서울 고척스카돔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KT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중립 경기가 열렸다. 8-4 승리를 거두며 KT가 시리즈 전적 4승 무패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강철 감독이 우승 메달을 걸고 있다. 고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자기 자신을 최우선으로 두라는 말을 서슴없이 꺼내는 사령탑. 그런 감독의 말에 반항(?)하며 팀을 먼저 생각하는 선수들. ‘원 팀’ KT의 마법 같은 케미스트리는 2021년 KBO리그에 굵직한 선례를 남겼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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