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했다는 결과가 이 정도…롯데 손성빈, 과정을 보기 시작했다 [김해 인터뷰]

입력 2021-11-22 15:4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스스로는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던 시즌”이라고 돌아봤다. 불과 여름까지만 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자 초조한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과정으로 시선을 옮기기 시작하자 만족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었다. 긴장했다고 말하지만 타석에서는 이러한 기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강심장 증명. 그것만으로도 손성빈(19·롯데 자이언츠)의 2021시즌은 절반 이상의 성공이다.

장안고를 졸업한 손성빈은 2021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포수는 담금질에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구단에서도 장기적인 호흡으로 손성빈의 육성 플랜을 짰다. 하지만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가능성을 일찌감치 보여주자 콜업이 빨라졌다. 1군에서는 20경기서 타율 0.316(19타수 6안타), 4득점을 기록했고 2군에서는 52경기 타율 0.199(136타수 27안타)를 마크했다. 2군에서는 8월 이후 13경기에서 타율 0.273, 1홈런, 6타점으로 여름을 기점으로 좋아졌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기록에 연연했다. 사람이다 보니 아무래도 초조했다. 서머캠프 앞두고 김동한 이병규 코치님과 타격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 기술적인 것보단 ‘기록에 신경 쓰지 말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자’는 말씀을 들었다. 더 편해졌다. 타석에서 아웃이 되어도 어떤 점이 좋았는지를 (이)병규 코치님이 거듭 말해주셨다. 그러면서 결과가 좋아졌다.”


눈도장도 찍었다. 10월 23일 사직 한화 이글스전. 당시 롯데는 6-14까지 뒤지던 경기를 15-15까지 따라붙었다. 9회말 2사 1·2루 대타 카드, 서튼 감독의 선택은 손성빈이었다. 손성빈은 볼카운트 2B-1S에서 자신있게 배트를 돌렸지만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외야진이 전진수비했다면 끝내기 안타가 될 법한 타구. 손성빈은 “볼카운트 2B-1S가 됐을 때 관중석이 보였는데 엄청 긴장됐다. 대주자로 나갈 줄 알았다. 심플하게 치려고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서튼 감독은 그 순간 제 스윙을 한 손성빈의 배짱을 칭찬했다.

생각보다 빠른 1군행. 스스로는 “내가 감독이었어도 포수로 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1군 투수들과 호흡을 맞춘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래리 서튼 감독은 점수차가 클 때 손성빈을 투입하며 부담을 덜어줬다. 그러면서 상무 야구단 지원 자격도 충족했다. 손성빈은 12월 7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당초 올 시즌 중 현역 입대를 생각했으나, 상무에 나가 실전 경험을 더 쌓을 수 있다면 그만한 기회가 없을 터.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막내부터 베테랑까지 눈앞에 보이는 숫자 하나하나에 연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기록보단 과정에 시선을 돌렸다는 자체가 또래에서 찾아보기 힘든 성향이다. 손성빈의 프로 2년차 시즌이 상무에서 시작될지, 롯데에서 시작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방향성만큼은 확실히 구축됐다.

김해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