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빈손으로 가진 말자” 수원행 첫날 다짐, KT V1으로 완성 [SD 인터뷰]

입력 2021-11-23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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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신으로 지난해까지 롯데에서 뛴 신본기는 올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통해 KT 유니폼을 입었다. 고향으로 돌아갈 때 “빈손으로 가지 말자”던 그의 다짐은 통합우승을 통해 이뤄졌다. 한국시리즈 4차전서 홈런을 때린 뒤 기뻐하는 신본기. 사진제공 | KT 위즈

고향팀에 2012년 입단해 내리 9년 활약. 어린 시절부터 따지면 30년간 정을 붙였던 고향을 떠나게 됐다. 그때 각오는 하나, “다시 내려올 땐 빈손으로 가지 말자”였다. 그리고 신본기(32·KT 위즈)는 1년 만에 다짐을 지켰다. 우승 들러리가 아닌 당당한 역할 중 한 명으로.

2012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신본기는 지난해까지 9년간 1군 8시즌 통산 706경기서 타율 0.251, 25홈런, 207타점, 234득점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활약은 아니었지만 내야 곳곳을 채우며 알토란같은 모습으로 팀에 기여했다. 그러나 롯데와 인연은 지난해까지였다. 롯데와 KT는 지난해 12월, 2대1+@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신본기와 투수 박시영이 KT 유니폼을 입고, 투수 최건과 2022년 2차 3라운드 지명권이 롯데로 넘어가는 내용이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신본기는 올해 96경기에서 타율 0.236, 1홈런, 19타점, 25득점을 기록했다. 유격수(심우준)부터 3루수(황재균), 2루수(박경수) 등 주전이 빠졌을 때 어느 자리든 돌아가며 채웠다. 이강철 KT 감독의 내야 백업 1옵션은 언제나 신본기였다. 이 가을 가장 높은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경수가 두산 베어스와 KS 3차전 도중 부상으로 빠지자 곧장 신본기를 투입했다. 4차전 선발 역시 그의 몫. 그는 5-1로 앞선 5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좌월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가을야구 첫 대포가 KS에서 나온 것. KT는 4차전 8-4 승리로 창단 첫 정규시즌-KS 통합우승을 완성했다.

이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는 알짜배기 역할을 도맡는 신본기에게 여러 조언을 하며 살을 찌웠다. 이강철 감독은 내야진에 공백이 생길 때마다 언제나 그의 이름을 불렀다. 김강 코치도 홈런 치기 직전 신본기에게 “그냥 방망이 세 번 돌리고 온다고 생각하라”며 부담을 풀어줬다. 박기혁 코치 역시 3루와 2루, 유격수로 나서는 그에게 여러 조언을 해줬다. 신본기는 “감독님 이하 코치님들의 조언이 없었더라면 이런 활약을 못했을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KT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는 롯데 출신 8명이 이름을 올렸다. 배제성~김준태~박시영~황재균~조현우~장성우~신본기~오윤석(왼쪽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이 그 주인공이다. 신본기는 "롯데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고마운 구단"이라는 진심을 전했다. 사진제공 | 신본기


KT의 KS 엔트리 30명 중 롯데를 거친 이만 8명에 달했다. 이들은 우승 직후 한데 모여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롯데 캡틴 전준우는 KS 4차전에 앞서 “교체로 나가서 그러면 안 된다. 똑바로 하라”며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고, 우승 후에는 이대호를 비롯한 수많은 롯데 선수들도 진심으로 축하를 보냈다. 우승 뒷풀이 후에는 오윤석, 김준태 등 롯데에서 KT로 건너온 이들과 맥주 한 잔 하며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프로 입단 후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롯데라는 좋은 팀에서 기회를 받았기 때문이다. 방출해도 이상하지 않은 선수에게 트레이드라는 기회를 열어준 것도 감사드린다. 내년엔 가을 무대에서 함께 싸우고 싶다”는 말엔 진심이 가득했다.

신본기는 “선수 생활 내내 화려한 플레이를 한 적은 없다. 다만 묵묵히 하다보니 임팩트 있는 장면들이 있었다. 아마추어 때 청룡기 결승전 끝내기 안타나 중학교 때 롯데기 결승 연타석 홈런을 친 적이 있는데 가장 큰 자랑거리가 생겼다”며 웃었다. 이어 “KT 왕조를 일궈나가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 앞장설 수는 없겠지만, 내 스타일대로 묵묵히 하다보면 좋은 이름으로 남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주연으로만 완성되는 영화는 없다. KT의 올해 통합우승이 더욱 극적이었던 것은 신본기를 비롯한 조연들의 활약이 군데군데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신본기는 ‘KT 왕조’를 꿈꾸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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