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명예 부총재는 방송용” 팬들의 눈과 귀를 가려온 KBL [최용석의 팁인]

입력 2021-11-24 13: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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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전 감독의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개막전 시구 장면. 화면 밑에 허재 KBL 명예 부총재라고 자막이 들어가 있다. 사진캡처 | SPOTV

‘허재 KBL 명예 부총재.’

기사도,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영상도 있다. 하지만 방송에만 존재할 뿐이란다. 무슨 영문일까.

허재 전 감독(56)은 올해 10월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공식 개막전에서 시투를 맡았다. 당시 경기장내와 TV 중계방송에선 그를 KBL 명예 부총재로 소개했다. TV 중계 아나운서의 코멘트도 있고, 자막도 있다. 허 전 감독과 인터뷰한 농구전문지의 기사에도 ‘명예 부총재’와 관련한 질문이 있다. 이에 허 전 감독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이에 대한 내용을 KBL에 물었다. 허 전 감독이 공식 KBL 명예 부총재인지 확인했다. 대답은 ‘아니다’였다.

KBL 관계자는 23일 “농구 흥행을 위해 한 방송사와 농구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허 전 감독이 방송에서만 한시적으로 명예 부총재 직함을 사용하는 것이다. 직함 활용 기간도 정해놓았다”고 밝혔다. 이어 “개막전 영상을 농구 프로그램에 활용하기 위해 프로농구 중계방송사와 협의해 자막을 넣었다. 10개 구단 사무국, 개막전 현장을 방문한 기자들에겐 사전에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그 뒤 “이런 사실을 더 알렸어야 하지만, 농구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측에서 보안을 요청했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오해의 소지를 남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허재 KBL 명예 부총재’는 온전히 방송에서만 사용되는 직함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방송사의 요청을 이유로 KBL이 정보를 차단한 탓에 전혀 알 수 없었던 팬들은 영상과 기사를 보고 고스란히 믿을 수밖에 없었다. 많은 농구팬들은 연예계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허 전 감독이 프로농구의 인기 회복을 위해 앞장섰다고 생각했다.

어처구니없는 처사다. 팬들을 대상로 ‘눈 가리고 아웅’한 격이다. 10개 구단 사무국장들에 문자로 고지했고, 일부 농구 관계자들과 극히 일부 언론만 알았다고 해서 모든 게 용인될 순 없다. KBL 집행부도 이를 모를 리 없다. KBL 사무국의 안일한 일처리와 현 집행부의 행정편의주의가 빚어낸 촌극이다. 전형적인 무사안일주의다.

명예 부총재를 임명하기 위해선 KBL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TV 프로그램 내로 한정해 명예 부총재 직함을 활용할 수 있다고 집행부가 자의적으로 판단했다. 이 또한 문제의 소지가 있다. ‘명예’라는 말이 추가됐지만, ‘부총재’라는 직함을 TV 프로그램 내에서만 활용한다고 해도 집행부가 KBL 이사회에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현 집행부가 들어선 뒤 열린 이사회에서 방송용 명예 부총재 관련 내용은 언급되지 않은 것도 확인됐다.

농구인기 회복을 위해 허 전 감독의 도움을 받고 싶으면 정식으로 절차를 밟아 명예 부총재로 임명했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KBL은 계획조차 수립하지 않았다. KBL이 리그 최고의 레전드를 대우하는 방법부터 틀렸다. 최대한의 예우로 최소한 레전드의 이름에 먹칠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농구대통령’ 허 전 감독과 허상이 된 ‘KBL 명예 부총재’를 바라보는 농구팬들의 기분은 어떨까.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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