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자체 영광”-“함께 성장하자!”…신인왕 후보들 품격! 서로 향한 존중 메시지

입력 2021-11-2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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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최준용(왼쪽)과 KIA 이의리는 올 시즌 신인상 0순위 후보로 꼽힌다. 이들은 경쟁을 떠나 서로를 향한 존경심을 보이며 박수를 자아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스포츠동아DB

뜨거운 한 시즌을 보냈고 타이틀 경쟁자가 됐다. 하지만 넓게, 또 길게 보면 20년 가까이 남은 야구인생 든든한 동반자를 얻었다. 2021년 KBO 시상식을 달굴 최준용(20·롯데 자이언츠)과 이의리(19·KIA 타이거즈)는 서로를 향한 진심 어린 격려를 보냈다.

‘2021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이 29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열린다. MVP와 신인왕, 개인타이틀 홀더 등이 트로피를 챙긴다. 격전지로는 이의리와 최준용이 맞붙는 신인상이 꼽힌다. 장지훈, 윤중현 등 준수한 신인들이 있지만 이의리와 최준용의 아성이 조금 더 견고하다. 정규시즌 성적은 팽팽하다. 최준용은 불펜으로 44경기에 등판해 4승2패1세이브20홀드, 평균자책점(ERA) 2.85를 기록했다. 이의리는 선발로 19경기에서 4승5패, ERA 3.61을 마크했다. KIA는 1985년 이순철(전신 해태 시절), 롯데는 1992년 염종석이 마지막 신인상 수상자다. 36년과 29년의 간절함 중 하나는 이뤄질 전망이다.

상에 대한 욕심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욕심은 곧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격려와 비례한다. 이의리는 “개인적인 인연은 없지만 텔레비전(TV)으로 (최)준용 선배님이 던지는 모습을 종종 봤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속구 구위가 정말 좋다. 다른 변화구들의 완성도 역시 높았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항상 표정이 변하지 않고 속구로 자신 있게 타자를 상대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고 칭찬했다.

KIA 이의리. 스포츠동아DB


최준용 역시 이의리의 투구를 지켜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특히 지난여름 2020도쿄올림픽에서 이의리가 숱한 타자들을 삼진으로 솎아내는 장면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최준용은 “국가대표 때 던지는 걸 보고 너무 좋은 투수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 나보다 레벨이 한두 단계는 위라고 생각한다. 그런 투수랑 신인상 경쟁을 하게 된 자체가 정말 뜻 깊고, 기억에 남을 한 해였다”고 말했다.

최준용이냐, 이의리냐 최고의 신인을 꼽으라는 질문에는 의견이 갈린다. 하지만 2021년을 수놓은 모든 신인급 선수들 중 이의리와 최준용이 가장 뛰어난 두 명이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둘 모두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을 받고 싶은 마음이야 당연하다. 하지만 차점자로 머물더라도, 이 경쟁 자체가 너무도 행복했으며 향후 더 좋은 투수로 성장해 지금보다 높은 위치에서 다시 만나자는 진심을 남겼다.

롯데 최준용.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이의리는 “배울 점이 많은 선배와 신인상 경쟁을 하게 돼 너무나도 영광스럽다. 둘 중 한 명만 수상하겠지만, 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박수 쳐드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준용 역시 “결과가 어떻든 내년에도, 먼 미래에도 올해처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누가 상을 받든 당사자에게, 각 팀에, 그리고 그 팀을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역사다. 그렇다고 차점자가 못난 것은 결코 아니다. 둘 모두 박수를 받을 만한 활약을 펼쳤기에 후보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내심의 시기나 질투가 있었지만, 이제는 진심으로 상대에게 박수를 치고 엄지를 세우고 있다. 수상자가 누구든 한국야구는 든든한 미래를 얻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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