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태권도와 한글 보급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는 김준일 아시아발전재단 이사장.사진제공 | 아시아발전재단
태권도 동영상 공모전 주최 아시아발전재단 김준일 이사장
‘락앤락 창업’ 자수성가 신화의 아이콘
아시아발전재단 설립해 사회공헌 매진
태권도 동영상 공모전 12國 참여 흥행
태권도, 글로벌스포츠로 만드는데 최선
“한글은 한국의 다양한 문화 담는 그릇
한글 통해 우리문화 알리는 전사될 것”
김준일(69·코비그룹 회장) 아시아발전재단(ADF) 이사장은 ‘자수성가 기업인의 신화’로 불리는 인물이다.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가장 익숙한 이름은 아마도 ‘락앤락 창업자’일 것이다. 김 이사장은 1998년 4면 결착 밀폐용기 락앤락을 개발해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이 제품으로 미국과 한국의 홈쇼핑에서 대박을 내고 2004년 중국에 진출하면서 락앤락은 세계 119개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주방용품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락앤락 창업’ 자수성가 신화의 아이콘
아시아발전재단 설립해 사회공헌 매진
태권도 동영상 공모전 12國 참여 흥행
태권도, 글로벌스포츠로 만드는데 최선
“한글은 한국의 다양한 문화 담는 그릇
한글 통해 우리문화 알리는 전사될 것”
연매출 4000억 원을 자랑하던 락앤락을 김 이사장이 2017년 돌연 매각하면서 화제가 됐다. 락앤락의 미래와 제2의 도약을 위해 매각했다고 한다. 앞서 그는 2016년 247억 원의 사재를 출연해 아시아발전재단을 설립했다. ‘더 큰 함께’를 위한 밑그림이었다.
아시아발전재단에 이어 올해 한문화재단 설립
“40여 년 간 사업을 하며 희로애락을 경험했습니다. 지난 시간이 모두 값진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더불어 함께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김 이사장은 “이제는 사회적으로 보람 있는 일에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고 했다. 지난 시간이 ‘사업’에 매진한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좀 더 다양한 분야에 열정을 쏟겠다는 의지이자 약속이다. 구체적으로는 국내 스타트업 육성, 베트남 비즈니스, 그리고 사회공헌이다.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공기 중 세균, 바이러스를 없애면서도 오존을 발생시키지 않는 리얼벌크 플라즈마 기술을 개발한 코비플라텍 외 2개사에 투자를 했고, 베트남 비즈니스로는 부동산 개발과 유통산업, 물류단지 조성 등 3개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공헌은 김 이사장의 최대 관심사다. 아시아발전재단에 이어 올해 4월 한문화재단(KCF)를 세웠다. 한문화재단의 목적은 한글, 한국어를 포함해 K-팝, K-푸드 등 각광받는 한국문화를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는 것이다.
문화를 통한 세계인과의 교류는 한국을 세계적인 문화 중심국으로 자리 잡게 할 것이며 국민의 자부심과 국격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게 김 이사장의 생각이다.
“기생충에서 미나리를 거쳐 최근의 오징어게임에 이르기까지 영화, 드라마와 함께 방탄소년단, 블랙핑크의 K-POP, 한국 태권도 시범단의 미국 연예프로그램에서의 열기 등 바야흐로 한국문화의 전성기입니다. 한국문화 열기에 힘입어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요.”
한국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김 이사장이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분야가 바로 태권도와 한글이다.
“태권도는 한류의 원조입니다. 전 세계 205개국에서 1억5000만 명의 수련생이 피부색과 언어를 떠나 우리말로 ‘차렷’, ‘경례’의 구호를 외치잖아요. 국기(國技) 태권도는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국민스포츠입니다.”
김 이사장의 태권도 사랑은 익히 알려져 있다. 아시아발전재단의 주요 사업에 태권도 교류 협력사업이 포함된 것만 봐도 태권도에 대한 애정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태권도 전문가가 아닌, 밖에서 바라보는 한국 태권도의 위상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고 멋지지만 실속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사실 태권도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스포츠이지만 정작 그 우수성과 묘미를 제대로 모르거나 재미없는 운동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김 이사장의 바람은 태권도가 모든 국민이 즐기고 환호하며 자랑스러워하는 스포츠가 되는 것이다.
그가 최근 아시아발전재단을 통해 태권도 관련 동영상 공모전을 가진 것도 태권도가 종주국 대한민국의 국민스포츠로 우뚝 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함이다. 그는 이 행사를 위해 1억여 원을 지원했고 12월 3일 시상식을 갖는다. 특히 세계태권도연맹(WT),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진흥재단 등 대표적 태권도 단체 4곳이 공동주최, 후원 기관으로 참여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공모전에는 305편이 접수됐다. 키르기스스탄, 멕시코,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벨라루스, 중국, 프랑스 등 12개국에서도 33편이 출품됐다.
태권도는 올림픽에 이어 2020 도쿄패럴림픽에서 정식 종목(남녀 각 3체급)으로 채택됐고 2024년 파리패럴림픽에선 남녀 각 5체급 등 10개 메달로 늘어난다. 김 이사장은 8월 도쿄 패럴림픽 때에는 탈레반 집권 이후 출전이 어려워진 아프가니스탄 태권도 선수단의 딱한 사연을 보고 WT를 통해 경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세계로 나아가는 한글
태권도가 세계에 자랑할 만한 한국의 긍지이자 한류의 뿌리라면 한국의 다양한 문화적 요인들을 하나로 꿰는 것은 한글의 역할이다.“한글은 언어의 창제원리를 갖고 있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유일한 문자입니다. ‘한글사랑은 찬란한 우리 문화건설의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하신 외솔 최현배 선생의 말씀처럼 한글을 통해 우리 문화를 발전 확산시킬 수 있습니다.”
아시아발전재단은 수년 전부터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을 위해 한국어와 태권도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에게 고유의 말은 있으나 이를 표기할 문자는 없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한글이다. 찌아찌아족이 사는 바우바우 섬의 고교는 한국어 수업을 정규 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몇 가지 구상했던 사업을 실천에 옮기고 있지만 사업과 재단 일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재단을 선택할 겁니다. 남은 시간은 국가와 민족, 나아가 인류를 위해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김 이사장의 말은 그로 하여금 성공신화를 쓰게 만들었던 제품만큼이나 굳건하고 단단하게 들렸다. 한국 자수성가 기업인의 신화가 인류를 위해, 더 멀고 더 넓은 세계관의 2편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