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레이스는 없었다…물고 물리는 남자부, 마지막까지 모른다! [V리그]

입력 2022-01-06 15: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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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간 레이스를 펼치는 V리그는 대개 시즌 중반이 지나면 윤곽이 잡힌다. 상위권과 하위권으로 갈려 각자 다른 목표를 세운다. 우승에 사활을 건 구단들과 어떻게든 ‘봄 배구’에 턱걸이라도 하려는 팀들로 재편된다. 특정팀이 독주체제를 갖춘다면 중위권 싸움은 더욱 뜨겁다.

이번 시즌 남자부는 예외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레이스다. 정규리그 6라운드 중 4라운드 중반이 지났는데도 예측불허의 순위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KB손해보험 후인정 감독은 “내 배구인생에서 이렇게 치열하게 전개된 시즌은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후 감독뿐이 아니다. 다른 6개 구단 사령탑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5일 현재 1위는 승점 37(11승9패)의 KB손해보험이고, 7위는 승점 24(8승13패)의 삼성화재다. 승점차는 불과 13점이다. 그 사이에 나머지 팀들이 촘촘히 늘어서 있다. 매 경기 순위가 요동치는 이유다.

눈에 띄는 것은 바닥에서도 치고 올라온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포기하는 팀이 없어졌다. 통상 하위권으로 처지면 상위권 팀의 먹잇감이 되기 일쑤다. 너도나도 총력전으로 달려드니 ‘승점자판기’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연패에 빠지다가도 어느 순간 전열을 가다듬어 반전을 꾀한다. 우리카드가 대표적이다. 개막 이전 우승 후보로 거론됐지만 2라운드까지 단 3승(9패)으로 최하위로 처졌다. 봄 배구는 물 건너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3라운드 중반부터 상승곡선을 그리며 어느새 중위권에 자리했다.


1라운드 초반 주춤했던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도 3라운드부터 ‘데이트 폭력’ 논란으로 빠졌던 정지석이 가세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선수의 부상 속에 국내선수들의 분전으로 버텼던 현대캐피탈도 군에서 전역한 전광인이 복귀하면서 살아났다. 대체 외국인선수 펠리페가 합류하면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런 흐름은 ‘전력평준화’의 산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예전처럼 외국인선수의 공격점유율이 60~70%이던 시절은 지났다. 올 시즌 공격점유율이 50%를 넘는 외국인선수는 KB손해보험 케이타(57.2%)와 삼성화재 러셀(52.2%)뿐이다. 현대캐피탈 히메네즈는 16.6%에 불과하다. 외국인선수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몰빵 배구’가 사라진 것이다.

그만큼 국내선수들의 활약이 중요해졌다. 그런데 국내선수들의 기량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엇비슷한 수준인 만큼 당일 컨디션과 함께 조직력이 승부의 변수가 됐다. 김상우 성균관대 감독은 “외인 중에서 독보적인 스타가 없고, 국내선수들의 기량도 평준화된 느낌”이라며 최근의 흐름을 풀어냈다. 김세진 KBSN 해설위원은 “원래 배구는 이변이 많지 않은 종목인데, 올 시즌은 예측하기 너무 어렵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이 시즌 막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최대 변수는 부상이다. 발목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레오(OK금융그룹)처럼 외국인선수를 비롯한 주전들의 부상은 치명타다. 갈수록 체력과 정신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보다 선수관리가 중요하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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