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승환(왼쪽), 우규민. 스포츠동아DB
그 첫 무대가 27일 포항 한화전이었다. 이날 오승환은 선발 앨버트 수아레즈에 이어 6회 마운드에 올랐다. 오승환이 7회 이전, 1~6회 사이에 등판한 사례는 2010년 6월 1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5회 등판) 이후 4423일만이었다. 결과는 1이닝 2삼진 퍼펙트 피칭. 5경기만의 무실점 투구였다. 11-10으로 앞선 9회 마무리로 나선 이는 우규민(37)이었다. 1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세이브를 따냈다.
문제는 그 사이였다. 이승현(우완·0.2이닝 3실점)~장필준(1이닝 2실점)~이승현(좌완·0.1이닝 2실점)이 차례로 등판했으나 2이닝 동안 무려 7점을 헌납했다. 5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면서 아찔한 상황을 불렀다. 이를 정리한 주인공이 우규민이었다. 오승환과 우규민, 두 베테랑이 없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둘 없이는 불펜 운용이 쉽지 않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한판이었다.
경력만 보면 삼성 마운드에서 오승환과 우규민을 대체할 이는 없다. 커리어뿐 아니라 큰 경기 경험도 마찬가지다. 김윤수, 이승현 등 미래를 짊어져야 할 강속구 투수들이 버티고 있지만, 13연패 탈출 등의 중책을 맡기기에는 아직 경험이 더 필요함을 보여줬다.
그러나 한국(357세이브), 미국(42세이브), 일본(80세이브) 무대 통산 479세이브를 따낸 오승환과 27일 세이브로 통산 90세이브를 쌓은 우규민은 다르다. 숱한 경험을 통해 어떤 상황도 이겨낼 수 있는 멘탈을 장착했다. 강한 불펜투수의 조건 중 하나가 남다른 멘탈임을 고려하면, 삼성으로선 이들의 존재가 매우 소중하다.
오승환은 우완 정통파, 우규민은 사이드암으로 유형이 다르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는 다른 투수들과 효과적 조합을 찾아 다양성으로 승부를 걸 수 있다는 뜻이다. 좌완 정통파 이승현이 컨디션을 회복하고, 언더핸드 김대우가 돌아오면 또 다른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