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찬. 스포츠동아DB
김지찬의 스피드는 고교 시절부터 정평이 나 있었다. 빠른 발은 많은 도루를 기록하기 위한 제1의 조건이다. 그러나 스피드 하나만으로는 ‘도루 전문가’의 칭호를 얻을 수 없다. 상대 투수의 투구폼을 간파하고 타이밍을 빼앗는 능력 등 디테일이 필요하다.
빠른 발과 주루 센스는 다른 영역이다. 빠른 발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주루는 가능하지만, 상대 투수의 타이밍을 읽는 센스가 부족하다면 도루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일본프로야구(NPB) 통산 228도루를 기록한 스즈키 다카히로도 “직선에 가까운 형태의 주루를 하는 것은 물론 베이스를 방향 전환의 도구로 활용해 몸을 트는 각도까지 계산해야 한다”고 디테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지찬은 이 조건을 갖췄다. 올 시즌 개막 후 단 한 번의 실패 없이 22연속 도루 성공의 KBO리그 신기록을 작성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입단 첫해인 2020시즌부터 3년 연속 20도루 이상을 기록한 것은 물론 성공률도 87.01%(77시도 67성공)로 높은 수준이다. 2020년 84%(25시도 21성공), 2021년 85.2%(27시도 23성공), 올해 92%로 매년 성공률을 높이고 있는 것 또한 주루 센스의 발전을 의미한다. 92%는 지난해 도루 부문 타이틀을 차지했던 김혜성(키움 히어로즈·46도루)의 성공률과 같다.
피나는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결과다. 김지찬은 입단 당시부터 프로필 상 163㎝의 작은 키로 더 주목 받았지만, 탄탄한 상체와 남다른 체력을 바탕으로 편견을 깨트렸다. 입단 첫해부터 1군에 연착륙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여기에 본인의 강점인 스피드와 디테일을 살리면서 상대 배터리를 압박하는 능력까지 갖추게 됐다. 그는 “도루를 할 때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을지, 투수의 모션을 더 빼앗을 수 있을지를 항상 연구했다. 늘 강명구 주루코치님과 대화를 나누며 경기장에 온다”고 설명했다.
강 코치는 현역 시절 주루 스페셜리스트의 개념을 정립한 선수였다. 베스트9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지만, 번개 같은 스피드와 남다른 주루 센스로 결정적 득점을 만들어내곤 했다. 김지찬에게는 둘도 없는 조력자다. 김지찬은 “(강 코치님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나도 주루를 할 때 망설임 없이 과감하게 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누상에 나가면 항상 그런 마음가짐으로 준비한다”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