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조규성.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축구는 2022카타르월드컵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예전에 찾아볼 수 없던 축구를 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53·포르투갈)이 이끄는 우리 대표팀은 주도적이었고, 창의적이었으며 공격적이었다.


이런 패턴에 대한 호불호는 있겠으나, 늘 가드를 내린 채 수세에 몰리다가 한 번씩 반격을 시도해 승점을 노리던 과거와 확실히 이별했다는 점에선 모두가 엄지를 치켜세운다. 강한 상대들과 맞서도, 또 상대적으로 수월해(?) 보이는 팀을 만나도 끊임없이 움직이며 공간을 창출하는 ‘우리 스타일’을 고수해 찬사를 받았다.


유럽도 ‘자기 주도적인’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를 통과한 16개국 가운데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은 3개국이었다. 6일(한국시간)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과 8강 진출을 다툰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호주가 나란히 16강에 올라 강호들과 맞섰다.


‘벤투호’가 카타르 여정을 이어간 동안 많은 태극전사들이 유럽 스카우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스트라이커 조규성(24·전북 현대)이 대표적이다. K리그2(2부) FC안양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해 K리그1(1부) 최고의 팀 전북으로 이적했고, 김천 상무에서 활약하는 동안 놀라운 기량으로 ‘K-킬러’의 진면모를 과시했다.


지난달 28일 알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가나와 조별리그 H조 2차전은 조규성의 잠재력이 제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0-2로 뒤진 후반, 완벽한 위치 선정과 돌고래 같은 점프력으로 연속 헤더골을 터트리며 동점을 만들었다.


그런데 조규성이 그저 골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쉼 없이 뛰고, 공중볼을 장악할 뿐만 아니라 동료들과 적극적으로 연계하며 공간을 창출한다. 수비 가담 또한 최고 수준이다. “공격수는 득점만 하는 포지션이 아니다”라는 벤투 감독의 지시를 충실히 수행했다.

이강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강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미 수많은 유럽 클럽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도르트문트(독일), 스타드 렌(프랑스), 페네르바체(튀르키예), 셀틱(스코틀랜드) 등에 이어 발렌시아(스페인)까지 뛰어들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신뢰도는 가늠키 어려우나 월드컵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를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소셜미디어(SNS) 팔로워 200만 명이 안겨줄 마케팅 효과도 매력적이다.


유럽은 조규성과 같은 ‘K리거’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대륙 내 중소 클럽에서 뛰는 선수도 영입 대상이다. ‘벤투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다 월드컵에서 슈퍼 재능을 뽐낸 이강인(21·마요르카)도 많은 팀들과 연결되고 있다. 친정이기도 한 발렌시아는 “이강인을 이적시킨 건 용납할 수 없는 실수”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이강인은 3일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3차전 후반 추가시간 역전골로 한국의 16강행을 견인한 황희찬(26)이 몸담은 울버햄턴, 사우디아라비아 자본 투자가 이뤄진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클럽과 페예노르트(네덜란드)의 관심을 사고 있다고 한다.


물론 황희찬도 더욱 큰 클럽의 관심을 받고 있고,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검증된 ‘코리안 몬스터’ 김민재(26·나폴리)에게는 EPL을 중심으로 많은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사상 첫 중동, 최초의 겨울월드컵이 끝나면 유럽의 겨울이적시장이 열린다. ‘포스트 월드컵’도 굉장히 흥미진진할 전망이다.

도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