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고 기대했던 사흘, 꿈꾸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남장현의 알릴라]

입력 2022-12-0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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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알릴라’는 아랍어로 ‘여행’을 뜻합니다!

‘벤투호’의 2022카타르월드컵은 끝났습니다. 세계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카나리아군단’ 브라질과 16강전이 1-4, 조금은 큰 스코어 차로 마무리된 것은 아쉽지만 아프지는 않습니다. 우리 태극전사들은 정말 모든 것을 쏟아냈거든요.

과정도, 성과도 전혀 무의미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자신만만해 하던 우루과이와 대등했고,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스타들을 대거 귀화시킨 가나도 강하게 몰아세웠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무적)라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를 보유한 포르투갈은 아예 무너트렸습니다. 후반전만 놓고 보면 브라질도 열심히 괴롭혔으니까요.


마치 달콤한 꿈을 꾼 듯한 사흘이었습니다. 우리시간 3일 새벽, 말 그대로 기적이 연출된 포르투갈전이 끝난 뒤 16강전을 기다리던 6일 새벽까지 모두가 참 설렜습니다. 브라질을 상대로 한 승리가 결코 쉬울 리 없음을,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임을 잘 알면서도 ‘혹시나’라는 기대감에 들떠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세상에, 브라질을 상대하면서 솔직히 이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카타르에서 지낸 최근 며칠은 정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약간 과장을 보태자면 브라질전을 앞두고는 약간의 긴장감조차 없었습니다. 평범한 상대와 국내 평가전을 기다리는 듯한 느낌 정도였다고나 할까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카타르에선 조별리그가 마무리되고 16강전과 함께 토너먼트 라운드로 접어든 이후 확연히 관광객이 줄어들었음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비싼 가격은 그대로이지만 시내의 괜찮고 좋은 숙소가 일반에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고, 늘 인파로 넘치던 팬 페스티벌과 주요 관광지도 예전처럼 크게 붐비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전체 대회기간의 절반 이상이 지난 뒤에도 우리 대표팀은 남아있었잖아요. 월드컵 개막 이후 3주차까지 생존한 대회가 드물었는데 말이죠. 특히 이번에는 독일, 벨기에 등 전통의 강호들이 일찌감치 짐을 싼 영향도 있었지만 여러모로 느낌이 달랐습니다.


돌이켜보니 한국의 월드컵 여정에서 이처럼 흐뭇한 감정을 품어본지는 참 오래인 것 같습니다. 기대에 크게 못 미친 성적을 들고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을 막 빠져나온 선수단을 향해 몰상식한 누군가가 던진 호박엿을 직접 맞아보기까지 했으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축구는 4년 주기로 변화된다고 합니다. 각 대륙의 최고만이 모이는 월드컵을 거치면서 말이죠. 32개국 체제의 마지막 무대인 카타르월드컵은 우리에게 분명 성공한 대회로 기억될 겁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기세를 계속 유지하는 것인데, 2026년의 한국축구는 어디에 있을까요? 다시 설렐 수 있을까요?

도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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