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왼쪽), 김영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조규성(왼쪽), 김영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축구가 16강 진출을 이룬 2022카타르월드컵에서 K리그의 힘이 증명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53·포르투갈)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이 금의환향했다. 우루과이(0-0 무)~가나(2-3 패)~포르투갈(2-1 승)과 조별리그 3경기에서 1승1무1패(승점 4)의 성적을 거둬 H조 2위에 올랐다. 극적으로 진출한 16강전에서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1-4로 졌지만 ‘우리 스타일’을 잃지 않고 당당히 싸웠다.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대표팀은 1000여명 팬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역대 3번째이자, 2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과정에서 K리그 선수들의 공도 상당히 컸다. 손흥민(30·토트넘), 김민재(26·나폴리), 황인범(26·올림피아코스), 황희찬(26·울버햄턴) 등 해외파 선수들이 대표팀을 뼈대를 이뤘지만, K리그 소속 선수들이 없었다면 12년 만의 16강 진출도 없을 것이다.

과거 대표팀에서는 해외파와 K리그 선수들의 수준 차이를 두고 거센 비판이 있었지만, ‘벤투호’는 달랐다. 모든 선수들이 벤투 감독이 짧은 패스 기반의 주도적 경기 운영, 빠른 움직임을 통한 전방위적 압박을 기조로 팀을 조직하는 데 있어 역할을 했다. 최종엔트리 26명 중 14명이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다. 예비선수로 카타르 여정을 함께한 오현규(21·수원 삼성)까지 포함하면 K리그 소속 선수만 15명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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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봐도 K리그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의 5골 중 4골을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뽑았다. 조규성(24·전북 현대)은 가나와 2차전에서 헤더로만 2골을 터트려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로 부상했다. 김영권(32·울산 현대)은 포르투갈과 3차전에서 1-1을 만드는 동점골을 뽑아 짜릿한 역전극의 신호탄을 쐈다. 백승호(25·전북)는 월드컵 본선 데뷔전인 브라질과 16강전에서 호쾌한 왼발 발리슛으로 만회골을 뽑았다. 손흥민, 황희찬, 김민재가 대회 내내 부상으로 고생했고,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가 부진을 면치 못했던 터라 더욱 값진 활약이었다.

골을 터트린 선수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벤투호’의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진 김진수(30)와 김문환(27·이상 전북)은 생애 첫 월드컵에서 세계적 수준의 공격수들을 막아냈다. 김진수는 가나전에서 칼날크로스로 조규성의 골을 도왔다. 나상호(26·FC서울), 조유민(26·대전하나시티즌), 권창훈(28·김천 상무), 홍철(32·대구)은 짧은 출전 시간에도 대표팀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았다. 윤종규(24·서울), 김태환(33), 조현우(31·이상 울산), 송민규(23), 송범근(24·이상 전북) 등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보탰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