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 스포츠동아DB
이정후(25)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한 메이저리그(MLB) 진출 역사를 다시 썼다.
13일(한국시간) 이정후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계약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정후는 2020년 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한 김하성 이후 3년 만에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MLB에 진출한 역대 7번째 사례가 됐다.
격세지감이다. 포스팅 시스템으로 빅리그에 간 최초의 KBO리그 선수는 ‘풍운아’ 최향남이다. 최향남은 2009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뛴 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는데, 이 때 포스팅 금액은 101달러(약 13만 원)에 불과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빅리그 도전에 의의를 둔 선택이었기에, 지금도 포스팅 시기가 오면 자주 회자되는 사례다. 다만 미국 진출 외의 선택을 꺼린 롯데가 보류권 확보를 원하는 과정에서 그가 이 절차를 택할 수밖에 없었기에 101달러라는 헐값 이적료가 발생한 것이다.
대승적 차원의 진출이 시작된 것은 그로부터 3년 뒤다. 한국인 빅리거의 길을 넓힌 류현진이 출발을 알렸다. 류현진은 2012년 말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LA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약 475억 원)에 계약했다. 당시 다저스가 별도로 지급한 포스팅 금액(이적료)은 약 2573만 달러(약 340억 원)에 달했다. 구단의 마음을 사야 했던 과거의 포스팅 방식에 따라 이적료가 높아야 영입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계약 규모에 따라 비율로 이적료가 책정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때부터 한국인 메이저리거도 늘었다. 2014~2015년 잇달아 빅리그로 향한 강정호(은퇴·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박병호(KT 위즈·전 미네소타 트윈스)는 야수 진출의 길을 터줬다. 포스팅 방식 개정 이후에는 2019년 김광현(SSG 랜더스)이 세인트루이스와 2년 800만 달러(약 106억 원)에 계약했다. 이 때는 보장 계약액의 비율에 따라 포스팅 금액이 160만 달러(약 21억 원)로 책정됐다.
실패 사례도 숱하다. 1997년 LG 트윈스에서 뛰던 이상훈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최초의 도전 사례다. 다만 60만 달러에 그친 포스팅 비용 탓에 구단이 수용하지 않아 미국 대신 일본으로 갔다. 이후 2002년 진필중, 임창용이 빅리그의 문을 두드렸지만 무응찰에 그치거나 포스팅 금액이 터무니없었다. 류현진이 문을 연 뒤에는 김광현, 양현종이 2014년 계약 합의에 이르지 못하거나 포스팅 금액이 적어 도전을 미뤘다가 2019~2020년 포스팅 시스템(김광현), FA(양현종)로 잇달아 진출했다. 포스팅 방식 개정 이후에는 2019년 김재환과 2020년 나성범이 무응찰에 그치기도 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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