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돌아온 ‘국가대표 감독’ 홍명보, 2번째 도전 그리고 마지막 여정

입력 2024-07-0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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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2014년 7월 1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14브라질월드컵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2014년 7월 1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14브라질월드컵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홍명보 울산 HD 감독(55)은 곧 신분이 바뀐다. 대한축구협회(KFA)는 그를 축구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했다. 2026북중미월드컵과 2027사우디아라비아아시안컵을 연계한, 10년만의 2번째 도전이자 마지막 지도자 여정이다.

홍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는 성공과 시련이 함께했다. 2004년 10월 선수생활을 마감한 홍 감독은 행정가에 마음을 뒀고, 미국에서 스포츠마케팅을 공부했다. 하지만 1년 만에 항로가 바뀌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네덜란드)이 2006독일월드컵 대표팀 사령탑이 되면서 코치로 호출했다. 당시 지도자 라이선스가 없어 무자격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그는 “피할 수 없으니 뚫고 가겠다”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다만 완전히 지도자로 진로를 굳힌 계기는 고(故) 핌 베어벡 감독(네덜란드)의 부임과 함께 수석코치가 됐을 때였다.

감독 커리어는 연령별 대표팀부터 시작했다.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처음 감독을 맡아 8강을 이끌었고, U-23 대표팀과 함께한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선 동메달을 땄다.

정점은 2년 후 2012런던올림픽에서였다. 한국축구에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안겼다.

그 뒤로는 가시밭길이었다. 2014브라질월드컵 개막을 1년 앞두고 아시아 최종예선까지 책임진 최강희 감독(현 산둥 타이샨)의 뒤를 이어 A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여론은 4년 후를 기약하자고 했지만, KFA는 대안이 없다며 홍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역경을 피할 생각은 없다”며 ‘독배’를 받아들였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의리축구 논란’ 등 각종 악재 속에 조별리그에서 1무2패에 그쳤고, 자진사퇴로 이어졌다. 이어 2016년 항저우 뤼청(중국)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했으나, 이듬해 5월 사퇴했다.

홍 감독이 다시 전면에 등장한 것은 2017년 11월 KFA 전무이사를 맡으면서다. 오래 전 품은 행정가의 꿈을 이룬 그가 머문 동안 KFA는 합리적 조직이었다. 김판곤 당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현 말레이시아 감독)과 호흡은 최고였고, 이는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의 선임과 2022카타르월드컵의 성공으로 연결됐다.

그럼에도 현장이 그리웠던 홍 감독은 2021년 울산에 부임해 K리그 지도자로 새 출발에 나섰다. 성과는 출중했다. 선수관리를 기반으로 스타들이 즐비한 울산을 K리그1 2연패로 이끌었다. 감독으로서 완벽한 재기였고, 이제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 복귀를 앞두고 있다.

마침 적당한 ‘적응기’가 주어진다. 이라크~요르단~오만~팔레스타인~쿠웨이트와 묶여 9월 시작될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부터 대표팀을 이끈다. 본선만 준비하는 것과 여유를 갖고 팀을 만들어가는 상황은 전혀 다르다. 행정가와 프로팀 감독을 거친 다양한 경험도 큰 자산이다.

2016년 8월 자전적 논문인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경험에 대한 자문화기술지’로 박사학위를 받은 홍 감독은 “월드컵에서 팀을 한데 묶으면서 절대적 가치를 제공할 무언가를 찾지 못한 것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라며 “특정 선수를 배제하고 특정 선수에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며 팀 운영 원칙을 스스로 깨는 오류를 범했다. 더 나은 판단을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돌아봤다. 당시의 아쉬움을 10년이 흐른 지금 반복할 생각은 그에게 추호도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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