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올가 하를란이 30일(한국시간)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의 최세빈을 꺾은 뒤 눈물을 쏟고 있다. 파리|AP뉴시스
우크라이나는 2024파리올림픽에 26개 종목에 걸쳐 140명을 출전시켰다. 역대 하계올림픽 최소 규모의 선수단이다. 러시아와 전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꿈의 무대를 향한 도전은 이어가고 있다. 첫 메달도 따냈다. 펜싱 여자 사브르의 올가 하를란(34)이다.
하를란은 30일(한국시간) 그랑팔레에서 열린 대회 여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의 최세빈을 15-14로 꺾고 입사에 성공했다. 파리올림픽 우크라이나 선수단의 첫 메달이다. 하를란은 5-11의 열세를 뒤집고 시상대에 올랐다. 경기 직후 그는 우크라이나 국기가 옅게 새겨진 자신의 마스크에 키스하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관중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하를란은 어렵게 파리올림픽에 나섰다. 지난해 7월 27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64강전에서 러시아의 안나 스미르노바를 꺾은 뒤 그는 악수를 거부했다. 칼로 하는 인사로 대신했다. 결국 규정 위반으로 실격패를 당했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선 세계선수권대회 성적이 중요했지만, 하를란은 조국이 처한 현실을 먼저 떠올렸다. 다행히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 파리에 올 수 있었다. 이 사건으로 그는 국제적으로 더 유명해졌다.
우크라이나 올가 하를란(오른쪽)이 30일(한국시간)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시상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파리|신화뉴시스
하를란은 동메달을 목에 건 뒤 “전쟁 중인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서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이 메달이 그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동메달이지만 금메달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경기에서 나는 우리가 계속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를란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6차례 우승했고, 파리대회 이전까지 4개의 올림픽 메달을 따낸 세계적 검객이다. 그는 “이번 올림픽 메달은 완전히 의미가 다르다. 우크라이나를 위한 메달”이라며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가 하루빨리 평화를 되찾길 간절히 기원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