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윤성빈이 30일 인천 SSG전에 선발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윤성빈(25)이 투수 기대주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윤성빈은 30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 선발등판해 예사롭지 않은 구위를 뽐냈다. 1군 경기에서 등판은 2021년 5월 2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이후 3년 2개월 11일(1166일) 만이었으나, 퓨처스(2군)팀에서 긴 시간 갈고 닦은 구위가 나왔다. 이날 그가 던진 공은 직구와 포크볼 단 2개였다. 최고 시속 152㎞에 이른 직구가 잇달아 스트라이크존을 관통하자 관중석에서는 감탄이 이어졌다.
눈길을 끈 구종은 포크볼이었다. 구속이 예사롭지 않았다. 구속이 시속 138~140㎞에 형성됐다. KBO 공식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평균 138㎞ 를 웃도는 포크볼을 던지는 투수는 장현식(KIA 타이거즈·140.8㎞)밖에 없다. 여기에 제구를 잡자 움직임까지 돋보이기 시작했다. 1회말 박성한에게 1B-1S에서 3구째 던진 포크볼은 직구처럼 뻗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땅으로 뚝 떨어져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후속타자 추신수는 이 공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경기 후 박성한은 “구위가 좋아서 타격 타이밍을 앞에 두고 쳤는데도 다소 늦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수비가 아쉬웠다. 1회말 좌익수 전준우가 파울지역 펜스에 부딪히면서까지 타구를 잡은 장면은 이날 윤성빈을 돕겠다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게 했으나, 2사 후 나온 실책성 플레이가 뼈아팠다. 최정이 1루수와 우익수 사이에 이른바 ‘텍사스 안타’성 타구를 날리자, 1루수와 2루수, 우익수가 한 곳으로 모였는데 그 중 1루수 나승엽이 최초 타구 판단에 실패해 방향을 다시 잡느라 공을 놓치고 말았다.
롯데 윤성빈(오른쪽)이 30일 인천 SSG전에서 배터리를 이룬 포수 정보근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윤성빈은 31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1이닝 5실점이라는 결과는 못내 아쉽다. 그래도 롯데로서는 모처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윤성빈은 성장을 느긋하게 기다려주지 못하는 주위 환경 속에 부진과 부상을 떨쳐내지 못하는 만년 기대주였지만, 롯데는 2017년 그에게 왜 1차지명권을 썼는지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김 감독은 “구단에서 (윤)성빈이에게 많이 기대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결과는) 아쉽지만, 많이 좋아졌다. 그렇지만 회전력이나 팔스윙 등 개선돼야 할 게 아직 많다”고 평가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