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혁(가운데)은 강원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선두 질주의 일등공신이다. 후방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인상 깊은 활약을 보인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하나은행 K리그1 2024’에서 가장 눈에 띄는 팀은 단연 강원FC다. 29일까지 15승5무8패, 승점 50으로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올라있다. 아직 2위 울산 HD(승점 48), 3위 수원FC, 4위 김천 상무(이상 승점 47) 등과 격차가 작지만, 시즌 내내 보여준 기세라면 우승도 꿈만은 아니다.
윤정환 감독(51) 체제에서 강원이 도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멀티 플레이어들의 활약이다. 미드필더 이기혁(24), 오른쪽 풀백 황문기(28), 이유현(27) 등은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감초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이들의 활약은 주포 양민혁(18·28경기 8골·5어시스트)과 이상헌(26·28경기 10골·6어시스트) 못지않았다.
이중 이기혁의 퍼포먼스도 빼놓을 수 없다. 올 시즌 25경기에서 2어시스트를 기록 중인 그는 주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를 비롯해 후방의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윤 감독의 전술 운용에 큰 힘을 보탰다. 시즌 초반에는 김영빈의 부상 이탈로 센터백을 맡았고, 중반부터는 본래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와 풀백을 오갔다.
기술과 축구지능을 겸비한 왼발잡이인 이기혁을 향해 윤 감독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윤 감독은 “(이)기혁이가 센터백치곤 큰 키(184㎝)가 아니지만, 볼 경합에서 쉽게 밀리지 않는다. 빌드업과 위치 선정 등도 내가 기대한 만큼 좋았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기혁은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은 올 시즌 “매일매일 축구가 새롭다”고 말한다. 2021시즌 수원FC에서 데뷔한 뒤 주전으로 활약한 시즌은 이번이 처음이고, 축구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센터백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2022시즌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눈에 들어 축구국가대표팀에 깜짝 발탁될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았지만, 리그 정상급 선수로 거듭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기에 지금 주어진 기회가 감사하다.
이제는 리그 최고 멀티 플레이어라는 자부심 속에 앞만 바라본다. 이기혁은 “어린 시절부터 여러 포지션에서 뛴 덕분에 미드필더나 풀백 소화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센터백 소화 후 경기를 보는 시야와 수비 요령 등이 성장했다고 자부한다”며 웃었다.
이 기세를 대표팀 재발탁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넘쳐난다. 이기혁은 “2년 전 태극마크를 달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지금보다 더욱 세밀한 빌드업과 수비력을 보여준다면 다시 대표팀에 발탁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일단은 팀의 선두 수성만 바라보며 매 경기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