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첫 메달 쏜 사격 이윤리 “어젯밤 사격일지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몰라”

입력 2024-08-30 21: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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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사격 간판 이윤리가 30일(한국시간)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대회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겼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여자 사격 간판 이윤리가 30일(한국시간)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대회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겼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2024 파리 패럴림픽대회 사격 국가대표 이윤리(50·완도군청)가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겼다.

이윤리는 30일(한국시간) 샤토루 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대회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 등급 SH1) 결선에서  246.8점을 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은 아바니 레카라(인도·249.7점), 동메달은 모나 아갈왈(인도·228.7점)에게 돌아갔다.

이윤리는 마지막 한 발을 앞두고 레카라에 0.8점 차 앞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듯했으나, 마지막 발에서 10.9점 만점에 6.8점을 쏘면서 2위에 그쳤다. 이에 앞서 23발에서 모두 10.0점 이상을 쏘다가 마지막 24번째 발에서 아쉬운 기록을 남겼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윤리는 “내가 이런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 참 기쁘고, 작은 사람에 불과한 이윤리가 대한민국에 큰 희망과 기쁨을 전할 수 있으매 감사한 마음”이라며 “마지막에 6.8이 나와 아쉽긴 한데, 그래도 목표를 이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윤리가 마지막 발을 쏘기 전 관중석에서 손뼉을 치는 소리가 나와 선수를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 때문에 내가 놀라진 않는다. 난 응원해주니 엄청 좋았다”며 “하필 마지막 발을 쏘기 전 오른 무릎 위쪽에 강직이 왔다”고 밝혔다.

이윤리는 또 “3년 전 도쿄에서도 강직 때문에 0점을 쏴 메달을 못 딴 적이 있다. 한번 만져 보라. 강직이 오면 과녁을 겨누던 팔도 크게 들린다. 오늘은 강직이 없다가 하필 마지막에 왔다. 그래도 좋다”며 웃었다. 정진동 코치는 “(2016년 리우 대회 이후) 강직 때문에 메달을 볼 수 없었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늘 ‘제발 (강직이) 오지 마라’고도 했었다”고 말했다.

여자 사격 간판 이윤리가 30일(한국시간) 2024 파리 패럴림픽대회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은 안긴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사격일지와 은메달을 들고 웃고 있다. 파리|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여자 사격 간판 이윤리가 30일(한국시간) 2024 파리 패럴림픽대회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은 안긴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사격일지와 은메달을 들고 웃고 있다. 파리|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이윤리는 2008년 베이징 대회 금메달과 2016년 리우 대회 동메달 이후 8년 만에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동안 평소 감정이나 생각을 사격일지에 적는 습관을 빼먹지 않은 영향 또한 컸다. 그는 “경기 전날 ‘대한민국은 내가 빛내리라. 내 이름 석 자로’라고 썼다. 다섯 번째 패럴림픽이긴 하지만, 어젯밤 잠이 안 와 (사격일지를)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고 돌아봤다.

여자 사격 간판 이윤리는 패럴림픽 메달을 다시 목에 걸며 한국 장애인사격에도 깊은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한국의 첫 메달리스트로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라남도에 실업팀이 하나 생기면 좋겠다”며 웃은 뒤 “패럴림픽에 다섯 번 출전하면서 느낀 게 많다. 오랜 시간 선수생활을 하며 후배들을 위한 여건이 더 좋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야 사격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샤토루(프랑스)|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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