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포수 정보근(오른쪽)이 투수 김상수로부터 공을 건네받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가 또다시 수비에 발목을 잡혔다. 18일 사직 LG 트윈스전에서 치명적 실책 2개로 땅을 쳤다. 1-1로 맞선 8회초 2사 1루서 실책이 잇달아 나오면서 허무하게 실점했다. 포수 정보근이 2루를 훔치려던 1루주자 오지환을 잡으려다 송구 실책을 범했고, 공을 주운 중견수 윤동희마저 3루까지 내달리던 오지환을 잡으려다 송구 실책을 저질렀다. LG는 안타 없이 3개의 베이스를 공짜로 얻어 득점했다. 결승 득점이었다.
5위와 거리를 조금이나마 좁힐 수 있는 기회였다. 롯데는 정규시즌 막판에서야 가을야구 진출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데, 여전히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5위권과 거리가 아주 멀진 않다. 이날도 스스로 무너지지 않았을 경우 5위 KT 위즈와 격차를 2.5경기까지 좁힐 수 있었다. 이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가을야구를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롯데가 승부처에서 스스로 무너지는 것은 올 시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똑같은 우를 되풀이하고 있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김태형 롯데 감독이 두 팔을 걷고 야수진 개편에 힘썼지만, 매서운 공격과 달리 수비에선 아직 기대한 만큼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는 지난달 말부터 상승세를 타 이달 1일까지 4연승으로 가을야구 희망을 크게 부풀렸으나, 이후 14경기에서 21실책으로 무너졌다. 이 기간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수치다.
롯데가 2018년부터 6시즌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한 원인 중 가장 큰 요인은 수비였다. 수비효율(DER)은 매 시즌 하위권에 머물렀는데, 지난해까지는 3시즌 연속 최하위였다. 수비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인플레이 타구의 아웃 연결 비율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여기에 가을야구 문턱마다 치명적 실수를 되풀이하니 힘이 더 빠질 수밖에 없다.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같은 수비를 더는 반복하지 않는 게 당장은 물론 앞으로도 롯데에 가장 필요한 일이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