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최승용이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IA와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잠실|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두산 베어스 좌완투수 최승용(23)은 지난 시즌을 통해 큰 폭의 기량 발전을 이뤘다. 선발과 불펜으로 34경기에 등판해 3승6패1세이브, 평균자책점(ERA) 3.97의 성적을 거뒀다. 데뷔 후 처음 100이닝 넘게 투구했고, 다양한 보직에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올 시즌에도 두산 마운드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올 시즌 준비과정에서 팔꿈치 피로골절 진단을 받아 재활에만 매달렸고, 7월 27일에야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다. 그 사이에도 최승용의 이름은 꾸준히 언급됐다. 선발과 불펜으로 모두 힘을 보탤 수 있는 투수이기에 마운드가 흔들릴 때면 그의 이름이 나올 만했다.
그러나 19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등판하기 전까지 10경기에서 승패 없이 1홀드, ERA 7.31(16이닝 13자책점)로 부진했다. 그래도 로테이션에 맞춰 선발로 내보낼 수 있는 투수 중에선 최선의 선택이 그였다.
이날은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최승용은 6이닝 4안타 1홈런 1볼넷 5탈삼진 3실점의 호투로 팀의 9-4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처음이자, 2023년 10월 3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352일 만의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로 값진 첫 승을 따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7㎞까지 나왔다. 슬라이더, 스플리터, 커브도 적절하게 섞어 공격적으로 던졌다.
투구수를 최소화하며 야수들의 수비시간을 줄여준 효율이 특히 돋보였다. 6회까지 투구수가 73개에 불과해 더 긴 이닝을 소화할 법도 했지만, 부상을 딛고 돌아온 데다 교체 당시 점수차가 6점(9-3)까지 벌어진 터라 크게 무리할 이유는 없었다. 7회부터 최승용에게서 배턴을 넘겨받은 홍건희를 시작으로 최종인(8회), 박치국(9회)이 1이닝씩을 책임졌다.
베테랑 타자들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다. 양의지(4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 김재호(4타수 2안타 2타점), 김재환(4타수 2안타 2득점)이 최승용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1-2로 뒤진 2회말 2사 후 김재호와 이유찬의 연속 적시타로 리드를 잡은 뒤에는 시종일관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이날 승리는 20~22일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와 3연전을 펼치는 두산에는 엄청난 호재다. 4연승을 질주한 4위 두산(69승2무66패)은 조금이라도 높은 순위로 가을야구를 맞이하기 위해 3위 LG를 상대로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이런 상황에서 이병헌, 김택연 등 핵심 불펜투수를 아꼈다. 이날 최승용의 호투로 챙긴 승리가 1승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이유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