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선수단이 9월 24일 인천 SSG전에서 져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를 확정 짓고 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39경기에서 역전패를 당했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수치다. KBO 공식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5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 0.721,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승률 0.855로 각각 10위와 9위에 머물렀다. ‘지키는 야구’는 롯데에 언감생심이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올 시즌 야수진을 어느 정도 갖춰 점수를 내는 데 큰 문제가 없었지만 뒤에서 (불펜이) 막아주지 못하는 상황이 적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상수에서 변수로
김 감독은 당초 불펜을 걱정하지 않았다. 필승조만큼은 잘 갖춰졌다는 평가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김상수, 최준용과 셋업맨 구승민, 마무리투수 김원중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는 경쟁력이 있었다. 김상수는 시즌 전 다년계약을 맺고, 구승민과 김원중은 프리에이전트(FA)를 앞뒀으니 동기부여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김 감독은 “불펜은 스프링캠프까지 고민하지 않은 파트였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민낯이 드러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구승민, 김원중은 올 시즌 내내 크고 작은 기복에 시달렸다. 최준용은 오른 어깨 관절 수술을 받았다. 김 감독은 신인 전미르를 활용해 숨통을 틔우려고 했지만, 그는 잔부상과 심리적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 유일하게 버틴 김상수에게 부하가 쏠리는 건 당연지사였다. 필승조를 제외하자 불펜 선수층이 얇다는 것까지 들통났다. 김 감독은 궁여지책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확실해진 보완점
궁여지책으로 버티는 동안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김강현, 송재영 등 기존 필승조와 실력 차이가 큰 비(非)필승조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투수들이 나왔다. 그렇다고 롯데가 불펜을 보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FA를 앞둔 구승민, 김원중이 불펜에서 가장 좋은 구위를 뽐내야만 하는 핵심 보직에서 도리어 물음표를 남겼으니 우려는 사라지지 않았다. 구승민은 구위 저하, 피치클록 위반이 잦은 김원중은 새 제도 적응 측면에서 물음표를 남겼다. 게다가 예년보다 출루 허용이 많았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지난해 1.19에서 1.43으로 크게 올랐다.
김 감독은 마운드 보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8월 어깨 수술을 받고 내년 합류를 노리는 최준용은 셋업맨, 마무리투수를 대체할 수 있는 구위를 지녔다. 하지만 수술을 받은 이후 첫 시즌이라는 점에서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필승조에서 꾸준하게 중심을 잡을 수 있을 만큼의 구위 좋은 투수가 절실하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