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뒤 유한준(오른쪽)과 걸어 나오는 KT 박경수. 스포츠동아DB
KT 위즈 주장 박경수(40)가 22년 프로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KT는 11일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5차전을 끝으로 2024시즌을 마무리했다. 사상 첫 5위 결정전에서 SSG 랜더스를 꺾고 포스트시즌(PS)에 오른 KT는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선 정규시즌 4위 두산 베어스마저 따돌리고 역대 최초 뒤집기에 성공했다. 이 같은 선전에 KT 팬들은 준PO 5차전 직후 잠실구장 밖에서 선수단을 기다리다 이강철 KT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박경수에게는 현역으로 임하는 마지막 순간들이었다. 애초 지난해 정규시즌을 마친 뒤 은퇴하려다 이 감독의 만류로 현역 생활을 연장했다. 이 감독은 그에게 클럽하우스 리더 역할을 맡기고 싶어 했고, 여전히 수비 경쟁력이 있는 만큼 젊은 내야수들이 성장할 때까지 한 시즌만 더 뛰어주기를 바랐다. 이에 박경수는 “내가 이 복을 받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이 감독의 뜻을 받아들였다. 다만 후배들의 자리를 빼앗고 싶진 않았다. 그는 이 감독의 9월 확대 엔트리~PS 엔트리 합류 제안을 잇달아 고사했다.
박경수는 준PO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경기 전 배팅볼 투수를 자청하거나 클럽하우스에서 심리 상담을 돕는 등 헌신했다. 이에 이 감독은 “(박)경수와 같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고마워했다. 박경수는 “경기를 뛰진 못했지만, 내 나름 후배들을 보면서 지도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후배들에게 좋은 주장, 최고참이 되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사실 그게 당연했다. 오히려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박경수는 격세지감을 느꼈다. 2015년 KT 유니폼을 입은 그는 KT 팬이 늘어나는 과정은 물론 후배들이 성장하는 모습 모두를 두 눈으로 확인했다. 2021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목발을 짚고 나오던 자신을 그라운드에서 기다려준 후배들은 5연속 PS 진출을 이룬 주축이 됐다. 그는 “올해 우리 후배들이 정말 마법과 같은 야구를 해내지 않았는가”라며 “누구보다 KT를 사랑해 우리 팀이 잘되기를 늘 바랐다. 후배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앞으로 더욱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