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마치고 FA 신청 자격을 얻는 KIA 장현식, 서건창, 삼성 김헌곤, 류지혁(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삼성 라이온즈 제공
포스트시즌(PS)은 예비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이 권리 행사에 앞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PS 활약에 따라 가치가 치솟거나 떨어지기 마련이다. 올가을에도 적지 않은 예비 FA가 PS를 쇼케이스로 삼았다.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서 맞붙은 KIA 타이거즈 장현식(29), 서건창(35)과 삼성 라이온즈 류지혁(30), 김헌곤(36)이 대표적이다.
●투지 불태운 류지혁-김헌곤
지난해 삼성 유니폼을 입은 류지혁은 불과 두 시즌 만에 주축이 됐다. 3월 경기 도중 내야안타를 치고 2루를 훔치려다 어깨를 크게 다쳤는데, 박진만 삼성 감독은 이 투지에 크게 고무됐다. 당시 박 감독은 “최선을 다하다 다쳤으니 (복귀 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꼭 보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모습은 KS까지 이어졌다. 23일 2차전이 대표적이다. 류지혁은 3타수 3안타 1볼넷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단타에 한 베이스를 더 뛰는 주루가 득점으로 연결됐다. 이에 박 감독이 “지금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는 선수”라며 이후 류지혁을 아예 상위타순에 배치했다.
김헌곤도 류지혁과 타선의 쌍두마차를 이뤘다. 분위기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나 다름없었다. LG 트윈스와 PO 2차전에서 멀티홈런(2개)을 친 데 이어 KS 1·3차전에서도 한 방씩을 때렸다. 간판타자 구자욱이 무릎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중심타자 역할을 했다. 박 감독은 “마치 호랑이를 잡는 사자 같다”고 김헌곤을 치켜세웠다.
●반등 이룬 장현식-서건창
장현식은 21일 KS 1차전의 난조를 딛고 일어섰다. 하늘이 도왔다. 6회초 무사 1루에서 구원등판해 첫 타자 강민호를 볼넷으로 내보냈는데, 공교롭게 빗줄기가 굵어져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KIA 벤치는 23일 1차전 재개 후 장현식 대신 전상현을 투입해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장현식으로선 만회가 필요했다. 절치부심한 그는 2~4차전에 모두 등판해 3.2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서건창에게는 올 시즌 전체가 큰 의미를 지닌다. 애초 서건창이 처음 FA 권리를 획득한 것은 2021시즌 후다. 하지만 3년 내내 권리를 행사하지 않다가 지난해 가을 전 소속팀 LG에서 방출됐다. 이후 고향팀 KIA가 내민 손길을 잡았다. 백업 내야수로 정규시즌 94경기에 출장해 타율 0.310, 1홈런, 26타점의 알토란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 LG에선 KS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지만, 올해는 당당히 KS 무대에 섰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