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합 출전 가로막는 최저학력제는 독!

입력 2024-10-29 14: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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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청원24 게시판에 올라온 ‘최저학력제 폐지’ 청원 글. 사진출처 ㅣ 정부24 앱 내 청원24 게시판

정부 청원24 게시판에 올라온 ‘최저학력제 폐지’ 청원 글. 사진출처 ㅣ 정부24 앱 내 청원24 게시판


1학기 초등생 488명, 중학생 3187명 경기 출전 못해
시합 출전 금지 아닌 학습 증진 방안 재정비가 바람직

지난 3월 초 국민 청원 24 공개 청원 게시판에 ‘학생 선수들의 미래를 짓밟는 최저학력제를 폐지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학생 선수 최저학력제’가 혼란을 주고 있다며 부당함을 주장하는 글이었다.

학생 선수 최저학력제란 학생선수들의 시험 점수가 최저점을 넘지 못하게 되면 대회에 나갈 수 없도록 규정한 법으로 올해 3월부터 시행된 제도이다. 최저 학력 기준은 초등학생 4~6학년의 경우 학생 선수가 속한 학교의 해당 학년 평균의 50%, 중학생은 40%, 고등학생은 30% 이상이다. 기준 이상의 성적을 받아야 다음 학기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학생 선수들에게도 학습권을 보장해주고 운동을 그만두었을 경우 제2의 인생을 위한 어려움이 없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실상은 학생 선수들에게 운동과 더불어 학습이라는 부담까지 짊어지게 했다. 최저학력제 기준 점수 보다 낮으면 한 학기 동안 경기 출전도 하지 못한다는 심리적 두려움까지 생겨났다.

현재 2024학년도 1학기 성적이 최저학력제 기준에 못 미치는 학생 선수들은 초등학생 488명, 중학생 318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비지땀 흘려가며 훈련을 한 자식들이 최저학력제 탓에 허무하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자 학부모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은 경기, 훈련이 많은 환경에서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제도인데 경기 출전을 정지시키는 이유가 무엇인지, 대회를 줄이고 훈련 시간을 줄여 정식 수업 시간을 필수로 출석하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최저학력제 시행 이후 올해 중학교에 입학해 첫 시험을 치른 학생 선수를 자녀로 둔 이희연 학부모(일산동구리틀·충암중 학부모)는 “최저학력제 시행 후 주변 학부모들 반응의 대부분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단순히 학생 선수에게만 적용되는 차별이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학생 선수들의 일상이나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진행되는 제도라고 생각이 든다”며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며 힘들어하는 자녀들의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편 김완 학부모(충암중 학부모)는 “학생 운동 선수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다들 동의하고 지지한다. 다만 그 과정과 결과의 적용이 경기 출전을 못하게 하는 것이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라며 최저학력제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했다. 최저학력제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학습 부진을 검증하는 절차로 최저학력제가 존재하는 것이라면 학생 선수의 권리인 경기 참여를 금지할 것이 아니라 학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 학점 은행제, 방학 중 보충 수업 등 다양한 학습 증진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공부를 못하는 학생을 선별해 벌을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공부를 해나갈 수 있도록 사전 조치를 먼저 취하는 것이 교육의 방향이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학생 선수의 장래와 제2의 인생을 위해 준비된 배려가 아니라 오히려 학생 선수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아닌지, 최저학력제의 의의와 시행 목적을 다시 한번 고려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지우 스포츠동아 학생기자 (풍동고 1)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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