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연패 도전하는 두산, 어떤 상황도 이겨낼 수 있다” 라스트댄스 시작한 핸드볼 간판 정의경의 확신

입력 2024-11-17 14: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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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핸드볼단 센터백 정의경이 서울 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두산 핸드볼단 센터백 정의경이 서울 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정의경(39·두산)은 대한민국 남자 핸드볼의 간판이다. 선수로서 이룰 만한 것들은 이미 다 이뤘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2회(2008베이징·2012런던), 아시안게임(2010광저우·2014인천·2018자카르타-팔렘방)과 세계선수권(2009·2011·2013) 3회 출전의 업적을 남겼고, 2011년 설립한 핸드볼H리그에서 두산의 9연패에도 엄청난 힘을 보탰다.
핸드볼H리그는 사실상 두산 천하나 다름없다. 2014년(웰컴론)을 제외하면, 두산이 우승을 놓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2014년에도 두산은 준우승을 차지하며 강팀의 위용을 뽐냈다. 정의경은 이 모든 시간을 함께했다. 2024~2025시즌에는 두산의 10연패에 힘을 보탤 준비가 돼 있다.

‘라스트 댄스’를 준비하고 있기에 10연패를 향한 열망이 더 크다. 최근 서울 송파구 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만난 그는 “라스트 댄스라고 하지만, 정확하게 결단을 내리진 못할 것 같다“며 ”경기력이 좋다면, ‘뛸 수 있을텐데’라는 미련이 남을 것 같기도 하다. 올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화려하게 장식하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윤경신 두산 감독도 “(정의경이) 체력 관리를 더 할 수 있게끔 하고 싶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로 잘 만들어서 멋지게 마지막을 장식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그는 첫 3경기에서 평균 41분씩 소화하며 총 14골·11도움을 올려 팀의 개막 3연승을 이끌었다.

-‘라스트 댄스’를 선언하고, 10연패에 도전한다. 부담도, 책임감도 크겠다.

“30대 후반부터는 몸관리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생각지 못했던 이벤트가 발생하기도 하고, 하기 싫은 것들을 더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근력을 유지하기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식단 등을 더 신경 써야 한다. 하고 싶은 것들을 절제해야 오래 뛸 수 있겠더라. 지금도 어려운 부분이지만, 최대한 관리하면서 잘 뛰어보려고 한다.”

-과거로 돌아가도 다시 핸드볼을 택할 것인가.

“안 할 것 같다(웃음). 구기종목 중에 가장 힘들다고 느낀다. 지구력과 근력, 섬세함, 센스까지 모든 것을 갖춰야 하니까 힘든 것 같다.”

-팀이 10연패를 차지하고 개인성적까지 좋으면 떠나기가 아쉽지 않겠나.



“성적도 좋고, 내 기록도 좋다면 그때 떠나는 게 가장 좋겠지만 경기력이 괜찮으면 ‘더 뛸 수 있지 않나’는 미련이 남을 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핸드볼을 가장 좋아하고, 열정적으로 뛰어왔으니까 지도자가 될 수 있다면 젊은 선수들을 지도하고 싶다.”

-한국 핸드볼의 레전드이자 사령탑인 윤경신 감독을 보고 배우는 것들이 많겠다.

“생각지도 못한 획기적인 전략을 배우고 있다. 선수들이 체육관에서 더 집중해서 연습을 실전처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신다. 나도 그런 부분들을 중시하고 있는데, 연습 때 100%를 쏟아내야 실전에서 70~80%가 나온다. 연습 때 100~120%를 해내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사실 두산이 오랫동안 강팀으로 군림하다 보니 ‘우승이 당연하다’는 부담과도 싸워야 할 텐데.

“사실 그 과정이 정말 힘들다. 개인적으로 욕심이 많은 편인데, 계속 우승하다 보니 ‘올해는 좀 편하게 가고 싶다. 할만큼 하지 않았냐’ 생각하며 나사가 풀어질 만하면 감독님이 강하게 조인다. 절대 내려놓지 않으신다. 그러니까 엄청난 업적을 남긴 것 아닌가. 지도자가 돼서도 그런 부분은 본받아야 한다. 감독님의 리더십 덕분에 9연패를 했고, 10연패에도 도전할 수 있다.”

-10연패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매년 확률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늘 해냈다. 점점 리그가 평준화하고 있지만, 두산은 그 상황도 이겨낼 수 있다. 충분히 가능하다.”

두산은 10월 105회 전국체육대회 8강전에서 SK호크스에게 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정의경은 완벽한 컨디션이 아니었던 까닭에 팀이 패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협심증 진단을 받아 몸상태를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전국체전 패배의 아픔이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을 듯하다.

“사실 전국체전을 한 달여 앞두고 가슴이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협심증 진단을 받았다. 스탠트 시술을 했다. 선생님께서 ‘젊은 나이에 운동선수가 혈관이 이렇게 된 것을 처음 본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셔서 바로 시술을 했다. 체력훈련 시간에 젊은 선수들보다 더 잘 뛰려고 무리하다 보니 협심증이 온 것이다. 질병은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근력을 올리기도 힘들고, 체중과 체력이 떨어진 측면도 있으나 이것도 핑계다. 지난해까지 보여줬던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센터백 포지션을 언급할 때 축구의 수비수를 떠올린다. 핸드볼의 센터백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활동량이 엄청나다. 공격적인 부분에선 롱슛과 어시스트, 돌파 등 모든 기술에 능해야 하고, 경기를 조율하고 지시한다. 모든 패턴과 작전 등 상황에 맞게 적절한 지시를 해야 한다. 센스도, 두뇌회전도 뛰어나야 한다. 무엇보다 체력이 받쳐줘야 생각을 할 수 있다. 숨을 고르기가 힘들다. 집중해야 하니까 생각이 안 나서 벤치를 쳐다볼 때가 있다. 감독님께 ‘지시좀 내려달라’고 말씀드린다. 그만큼 힘든 포지션이다.”

-이제는 누군가의 롤 모델이지 않나. 후배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있을 텐데.

“요즘 시대가 변했다고들 하지만 그래도요 훈련장과 경기장에선 성실하게 해야 한다. 운동 좀 한다고 거만하지 않고, 건성건성 뛰지 않고, 늘 100%로 성실하게 뛰어야 한다. 핸드볼은 당연히 골 넣어야 재밌으니까, 골 넣는 것을 좋아하지 않겠나. 하지만 싫어하는 것도 해야 완벽해질 수 있다. 좋아하는 것만 해선 안 된다. 싫든 좋든 희생하는 마음을 갖고, 훈련이나 경기에 임하길 바란다.”

-지금까지 기량을 유지하며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나는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가 아니었다. 잘하는 선수들이 굉장히 많았다. 실력은 한끗차이인데, 꾸준하게 역할을 한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지만, 그 기량을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하는 선수는 흔치 않다. 흔한 선수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가짐으로 지금까지 뛰었다. ”

-두산이 핸드볼 인생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2006년에 입단해서 인생의 절반을 쏟았다. 지금까지 두산에서만 뛴 이유도 우승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해외 구단의 러브콜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우승을 경험하게 되니 계속 하고 싶었다. 두산 덕분에 제가 이런 인터뷰도 할 수 있고. 라스트 댄스라는 멋진 말도 할 수 있게 됐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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