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김재현. 스포츠동아 DB
비(非) 프리에이전트(FA) 다년계약은 지금까지 활약과 더불어 미래가치까지 인정받아야 따낼 수 있다.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는 이를 통해 거액을 거머쥐고, 꼭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는 오랜 기간 활동을 보장받는다. 백업이 익숙한 선수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이 같은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비 FA 다년계약을 체결한 선수가 있다. 키움 히어로즈 포수 김재현(31)이다. 무려 6년 계약(최대 10억 원)을 통해 사실상 평생 ‘영웅군단’의 일원으로 남을 수 있게 됐다. 풀타임을 소화한 시즌이 2시즌(2018·2024년)에 불과하지만, 어떤 위치에서도 묵묵히 제 몫을 다한 공을 인정받았다.
김재현은 통산 518경기에서 타율 0.221, 7홈런, 81타점의 성적을 거뒀다. 2018시즌과 2024시즌을 제외하면 한 번도 100경기 이상을 뛰지 못했지만, 수비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키움이 김동헌(20), 김건희 등 젊은 포수들을 주축으로 새 판을 짜는 상황에서도 김재현에게 장기계약을 안긴 이유다.
김재현은 구단의 다년계약 제안을 받고 매우 놀랐다. 그동안 착실히 헌신한 가치를 인정받고도 곧바로 사인하지 못했다. 그는 “연봉협상을 위해 구단에 들어갔는데, 바로 장기계약을 말씀하시더라”며 “6년을 말씀하셨다. 나는 ‘어떻게 해서 6년이 나왔냐. 진짜냐’고 되물었다. 구단에선 ‘지금까지 노력한 부분도 있고, 후배들과 호흡하는 부분도 좋게 봤다’고 말씀하셨다. 워낙 놀라서 하루 정도는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바로 다음 날 사인했다”고 돌아봤다.
늘 ‘수비형 포수’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약한 공격력을 수비로 상쇄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그는 이 또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수비는 잘한다는 이미지? 이게 나쁘진 않다. 당연히 공격력이 어느 정도 받쳐줘야 수비도 더 빛날 수 있다고 보지만, 이제는 KBO 수비상도 생겼다. 나로 인해 수비에 대한 중요성이 더 부각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내년에는 공격적인 부분도 더 준비할 것이다.”
김재현은 다년계약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2025시즌 1군 등록일수에 따라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영웅군단의 일원이라는 상징성에 더 초점을 맞췄다. 목소리에 진심이 묻어났다.
“내년에 정상적으로 FA 자격을 얻는다고 해도 무조건 신청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주로 백업으로 뛰었으니 다른 데서 잘할 수 있을까 생각도 했는데, 먼저 다년계약을 제안해주셨다. 어찌 보면 백업으로도 한 팀에서 15년 이상 뛸 수 있다는 의미니까. 키움은 2012시즌 드래프트 때부터,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선택해준 팀이다. 떼려야 뗄 수가 없는 팀이다. 어디 가서도 ‘히어로즈에서 계속 야구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만큼 고마움이 크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