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포옛 전 그리스대표팀 감독이 전북 지휘봉을 잡았다. 사진출처|그리스축구협회
창단 30주년에 강등 위기를 겪었던 전북 현대가 유럽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거스 포옛 전 그리스대표팀 감독(57·우루과이)에게 ‘명가 재건’ 프로젝트를 맡겼다. 24일 전격적으로 선임 사실을 알렸다. 유독 사령탑 교체 소식이 잦았던 이번 겨울 K리그에서 가장 큰 뉴스다.
포옛 감독은 명성, 경력 등 모든 면에서 역대 K리그 사령탑 중 단연 돋보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와 토트넘에서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낸 그는 리즈~토트넘에서 코치로 활동했고, 2009년 11월 당시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브라이턴 지휘봉을 잡고 감독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EPL 선덜랜드~AEK 아테네(그리스)~레알 베티스(스페인)~보르도(프랑스) 등을 거쳐 2022년부터 3월까지 그리스대표팀을 이끌었다. 선덜랜드에선 기성용(FC서울)과 함께했고, 상하이 선화(중국)를 지휘하며 아시아축구도 경험했다.
또 대한축구협회(KFA)가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독일)의 후임자를 물색할 때 홍명보 감독, 다비트 바그너 전 노리치시티 감독(독일)과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임생 전 KFA 기술총괄이사와 면접 때는 정성껏 프레젠테이션(PT)을 준비했을 정도로 한국행에 진심을 보였다.
K리그 최다 우승(9회)을 자랑함에도 2024시즌 K리그1을 10위로 마쳐 승강 플레이오프(PO)까지 치렀던 전북으로선 회심의 승부수다. 5월 부임 이후 딱히 보여준 것이 없었던 김두현 감독과 결별은 불가피했다.
전북은 신임 사령탑 후보군을 4명으로 압축한 뒤 “협상 가능한 사람들은 최대한 만난다”는 기조로 모두와 접촉했다. 이 중 해외 후보는 2명이었는데, 포옛 감독만이 영상 인터뷰를 거쳐 유일하게 대면 면접까지 마쳤다. 이도현 단장, 마이클 김 테크니컬 디렉터가 직접 영국 런던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도 포옛 감독은 적극적이었다. 전북과 포옛 감독은 서로의 PT를 들으며 철학과 비전을 공유했다. 구단은 역사, 인프라 등은 물론 유소년 육성~B팀 운영~ A팀 발전을 잇는 중장기 플랜을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부진과 깨져버린 신뢰로 팀 내부가 건강하지 않은 상태라는 점도 인지시켰다.
포옛 감독은 “관계와 믿음이 우선이다. 축구는 다음 문제다. 트렌디한 전술과 빼어난 전략도 끈끈한 팀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했다. 몸값에선 많은 부분을 양보했다. 그 대신 브라이턴부터 함께한 마우리시오 타리코 수석코치, 불가리스 파나요티스 피지컬 코치, 아들인 디에고 포옛 분석 코치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빠른 안정을 위해 ‘사단(코칭스태프) 이동’을 우선 조건으로 삼은 전북은 깊은 인상을 받았고, 포옛 감독 역시 “(중동 등) 다른 팀은 ‘얼마에 오겠느냐’를 먼저 물었는데, 전북만이 의미 있고 솔직한 주제로 대화했다”며 흡족해했다는 후문이다.
“소통과 신뢰가 때로는 전술보다 중요할 수도 있다. 모두가 합심해 전북이 다시 K리그 최고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포옛 감독은 주말께 입국해 다음 주 취임 기자회견을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