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윤정환 신임 감독이 26일 인천 유나이티드 축구센터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 유나이티드
“인천 유나이티드의 가능성을 봤다. 그것이 내가 도전을 선택한 이유다.”
새로 인천 지휘봉을 잡은 윤정환 감독(51)은 26일 인천 유나이티드 축구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기에 앞서 스스로 먼저 요지를 밝혔다. 올 시즌 강원FC를 K리그1 준우승(19승7무12패·승점 64)으로 이끌며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그는 K리그2로 강등된 인천으로 향하며 축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윤 감독은 강원에서 공격축구로 각광받았다. 강원의 축구는 선수들의 기존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플레이와 공격에서 유기적 움직임이 조화를 이루는 독창적 색채를 뿜어냈다. 이를 바탕으로 강원은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의 쾌거를 이루며 신흥 강호로 떠올랐다.
1부에서 정상급 지도자 반열에 오른 윤 감독의 다음 행선지는 인천이었다. 올 시즌 K리그1 최하위인 12위(9승12무17패·승점 39)에 그친 인천은 창단 최초 강등의 수모를 겪었다. 수년간 1부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으며 ‘생존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으나, 올해는 역부족이었다. 이제 인천의 지상과제는 잔류에서 승격으로 바뀌었다.
윤 감독은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인천은 강원과 재계약 협상이 결렬된 윤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윤 감독은 “인천행을 결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구단의 가능성을 봤다. 그것이 내가 도전을 선택한 이유”라며 “인천은 승격을 목표로 하는 팀이다. 심찬구 전 대표이사와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진정성을 느꼈고, 마음을 굳혔다”고 밝혔다.
최근 인천에는 바람 잘 날이 없다. 강등으로 인해 선수단의 사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지체되고 있는 구단 대표이사 선임, 최영근 전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기도 전에 윤 감독을 인선한 문제 등 여러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이 진행된 클럽하우스 앞에는 구단의 미흡한 행정에 분노한 팬들이 보낸 근조화환 20여개가 줄지어 있었다.
윤 감독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소통’을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일단 선수들과 최대한 많이 소통해 분위기를 다잡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그는 “팬들의 마음이 많이 상했다고 느낀다. 우리가 잘해서 인천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팬들에게 보여드리는 방법밖에 없다” 고 강조했다.
전술적 변화도 예고했다. 윤 감독은 “인천은 애초 수비적이었지만, 이제 공격적으로 임하겠다. 전방압박을 통해 볼을 빼앗고, 간결한 축구를 구사하겠다. 새 시즌까지 시간이 많진 않으나, 최대한 색깔을 입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1부 팀이 2부로 내려와 곧장 승격하는 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윤 감독 역시 잘 알고 있다. “K리그1과 마찬가지로 K리그2에서도 만만한 팀은 없다. 두 리그 간 차이도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며 “결국 모든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승격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방심을 경계했다.
인천|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