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과 재계약 또는 연장 옵션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손흥민은 내년 1월 1일부터 자유롭게 새 행선지를 찾을 수 있다. 사진출처|토트넘 SNS
2025년 새해가 목전이다. 희망과 기대로 가득해야 할 시기지만, ‘한국축구 아이콘’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손흥민(32·토트넘)의 거취가 크게 주목받고 있는 요즘이다. 계약 만료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내년 6월 30일이 지나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는다. 쉽게 말해 이적료 없이 새 행선지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2015년 8월 레버쿠젠(독일)을 떠나 이적료 2200만 파운드(약 408억 원)에 토트넘(잉글랜드)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2차례에 걸친 재계약으로 2025년 6월까지 동행기간을 늘렸다. 2018년 7월 2023년까지 연장한 데 이어 2021년 7월 2번째 연장에 나섰다.
일단 가장 유력한 안은 ‘연장 옵션 활성화’다. 2번째 재계약을 하며 구단-선수 간 ‘1년 연장’ 조항을 집어넣었다는 내용이 2023~2024시즌 막바지 레이스가 한창이던 올해 4월 복수의 영국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토트넘이 ‘옵션 활성화’를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부터 상호 협의가 필요하다는 내용까지 버전은 다르지만, 2026년 6월까지 계약을 늘리는 조항이 있다는 것은 수많은 외신 보도를 거치며 확실한 ‘팩트’로 비쳤다. 이 과정에서 토트넘이 오랜 시간 헌신한 선수에게 단순 1년 연장이 아닌 장기 계약을 선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왔다.
그런데 토트넘도, 선수도 재계약은커녕 ‘연장 옵션’의 존재조차 언급한 적이 없다. 손흥민이 직접 계약 문제를 입에 올린 것은 9월 말 카라바흐(아제르바이잔)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홈경기를 앞두고 런던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이 유일했는데, 당시 “아무런 대화가 없었다”고 밝힌 게 전부다.
각종 루머가 확산되고 추측성 보도가 반복되는 지금, 분명한 사실은 토트넘에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재계약이나 연장 옵션 발동이 없는 한 ‘소속팀과 계약기간이 6개월 이하로 남았을 경우, 다른 팀과 접촉하고 사전 계약이 가능하다’는 보스만 룰에 따라 손흥민은 내년 1월 1일부터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다.
30대 초중반의 나이로 ‘에이징 커브’를 걱정할 시기인 것은 맞지만, 손흥민은 여전히 가치를 인정받는다.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23골)에 오른 그는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려왔다.
행선지 후보도 FC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바이에른 뮌헨(독일) 등 모두 유럽 빅클럽이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페네르바체(튀르키예), 복수의 사우디아라비아 클럽 등과 연결됐다는 소식도 있다. 적어도 갈 곳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가장 이상적 방향은 손흥민이 넉넉한 계약기간을 보장받고 토트넘에 남는 것이다. 축구인생을 바친 명문 클럽의 레전드로 영원히 기억되는 것이 단기간 뛰며 얻을 수 있는 우승 트로피보다 값질 수 있다.
남느냐, 떠나느냐의 갈림길. 손흥민과 토트넘의 선택은 무엇일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