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 김단비가 16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KB스타즈와 원정경기에서 46-44로 이겨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스코어러로 꼽히는 김단비(35)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처음 아산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은 2022~2023시즌 팀의 정규리그-챔피언 결정전 통합우승을 이끌며 존재감을 뽐냈다. 2023~2024시즌에도 열세라는 평가를 뒤집고 팀의 2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 제패에 크게 기여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김단비가 팀의 에이스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2022~2023시즌에는 김정은(부천 하나은행), 2023~2024시즌에는 박지현(스페인 마요르카), 박혜진(부산 BNK 썸), 최이샘(인천 신한은행), 나윤정(청주 KB스타즈) 등 그의 부담을 덜어준 든든한 조력자들이 있었고, 그 덕분에 공격 루트를 다양화하며 우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것과 달리 2024~2025시즌에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2022~2023시즌 후 김정은에 이어 2023~2024시즌 후 박지현, 박혜진, 최이샘, 나윤정이 앞다퉈 이적했다. 2023~2024시즌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합작한 주축 멤버 중 이명관을 제외한 전원이 떠난 셈이었다. 베테랑 가드 심성영과 포워드 한엄지, 김예진, 박혜미 등 새 얼굴들이 들어왔지만, 우리은행의 전력은 크게 약해졌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김단비는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개막을 앞두고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최고의 멤버로 무조건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면, 이제는 조금 내려놓고 새롭게 준비할 수 있다는 게 신선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베테랑의 책임감이 묻어났다.
그러나 막상 시즌을 시작한 뒤에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16일 KB스타즈와 원정경기에서 46-44로 이겨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솔직하게 속내를 밝혔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우승”이라는 말에선 그간의 마음고생이 읽혔다.
“솔직히 그 당시에 어떻게 ‘걱정된다, 무섭다’고 말할 수 있었겠나. 내가 자신감이 없으면, 다른 선수들도 그렇지 않겠나. ‘재미있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훈련이나 연습경기가 끝나면 ‘어떡하지? 나도 안 되면 큰일 나겠는데’라고 속앓이를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올 시즌 김단비의 성적은 평균 21.8점·11리바운드·3.7어시스트다. 평균 더블-더블은 김단비의 커리어에서도 처음이다. 그렇다 보니 가장 강력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당연하다. 개막 이전 미디어데이 당시 MVP 예상 투표에서도 팬(32.3%), 선수단(35.9%), 미디어(41.3%) 등 모두에게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바 있다.
김단비는 “어차피 MVP는 우승팀에서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은행이 우승하면서 그(수상) 가능성이 올라간 것 같다. 그때 뽑아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며 활짝 웃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