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김태연.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2025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호주 멜버른에서부터 1번타자 찾기에 고민이 깊었다. 캠프지를 일본 오키나와로 옮긴 뒤에도 실전에서 1번타자를 수시로 바꾸며 적임자 찾기에 나섰다.
김 감독의 고민이 깊은 이유는 당연했다. 한화는 지난 시즌 고정된 1번 타자가 없었다. 최인호, 황영묵에 이어 외국인타자인 요나단 페라자까지 1번 타순을 맡았지만, 김 감독이 바라는 출루율이 높고 발이 빠른 유형의 리드오프는 시즌 마지막까지 나오지 않았다.
한화는 2025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내야수 심우준을 4년 총액 50억 원에 영입했다. 김 감독은 빠른 발과 센스 있는 주루 플레이로 리그 내에서도 정상급 내야수로 평가받는 심우준을 1번타자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루 플레이만 놓고 보면 심우준은 김 감독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유형의 1번타자였다. 하지만 팀 주전 유격수로 활약해야 하는 심우준에게 1번 타자를 맡기는 건 부담에 부담을 더하는 일이었다. 결국 김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부터 심우준 1번 카드를 접고, 이진영, 임종찬, 김태연 등 새로운 후보 사이에서 1번 타자를 다시 찾아나섰다.

한화 김태연.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김태연은 22~23일에 걸쳐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와 원정경기에 모두 1번타자 좌익수로 선발출전했다. 22일 경기에선 3타수 1안타 1타점 1사구를 기록해 멀티 출루를 달성했다. 23일 경기에선 4타수 2안타 1득점 활약으로 또 다시 두 번 이상 1루 베이스를 밟았다.
단 두 경기를 펼쳤을 뿐이지만, 김태연은 개막 시리즈에서 타율 0.429, 출루율 0.500을 기록하는 등 1번 타자로서 충분한 역량을 발휘했다. 2번 타자 문현빈과 테이블 세터를 이뤄 22일엔 팀의 개막전 승리에도 큰 힘을 보탰다.
김태연이 올해 1번 타자 좌익수로 팀에 뿌리를 내린다면, 한화로서는 이보다 더 반가운 얘기가 없다. 한화는 늘 1번 타자와 외야수 운영에 고민이 깊었던 팀이었다. 지난해 한 단계 더 성장을 이룬 김태연이 이런 고민을 일거에 해결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연은 김 감독이 바라는 전통적인 유형의 1번 타자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강한 1번’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유형이다. 지난해 데뷔 후 처음으로 기록한 두 자릿수 홈런(12개)이 이를 입증한다. 에스테반 플로리얼~노시환~채은성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의 폭발력을 살리기 위해선 1번타자 김태연의 자리 잡기가 중요한 한화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