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욱(오른쪽). 사진제공ㅣ삼성 라이온즈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32)은 팀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다. 2015년 처음 1군 무대를 밟자마자 신인상을 받았고, 이후에도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입지를 다졌다. 선수 시절 삼성에서만 뛰었던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의 후계자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됐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데뷔 후 처음 주장을 맡아 선수단을 이끈 것은 물론 생애 처음 30홈런 고지까지 밟으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어깨가 무거운 와중에도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타율 0.343·33홈런·115타점)을 남겼으니, 올해도 자연스레 주장 완장은 그의 차지가 됐다.
이제는 마치 오랫동안 주장을 맡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동료들을 이끄는 역할에 익숙해졌다. 다른 선수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에서 주장의 품격이 묻어난다. 25일 대구 NC 다이노스전 후에는 자신의 통산 1500안타를 언급하기 전에 시즌 첫 홈런을 친 이재현의 비시즌 훈련 과정을 돌아보며 “(이재현이) 지난겨울 너무 고생하면서 연습했고, 스프링캠프 때도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 모습이 결과로 나오니 본인이 더 뿌듯할 것”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구자욱은 지난해 주장을 맡자마자 “적성에 맞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 역할에 더 익숙해진 지금은 자신만의 리더십을 정립할 때다. 그는 “처음에는 내가 일일이 다 참견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느낌”이라며 “그래서 나도 한결 수월해진 것 같다. 벤치에서도 (강)민호 형과 (박)병호 형이 늘 긍정적 에너지를 준다. 팀의 분위기와 문화가 바뀌고 있는 상황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자신이 처음 주장을 맡은 해에 삼성은 9년 만에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았다. 올해도 삼성을 향한 평가는 ‘강팀’이다. 시즌 초부터 그런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이 ‘캡틴 구자욱’ 체제로 새로운 왕조를 건설하면, 그것만으로도 레전드의 필요조건을 충족하는 것이다. 동료들에게 끊임없이 ‘팀 퍼스트’ 정신을 주입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동료들에게 전달한 메시지도 명확하다. “잘 풀리든 안 풀리든, 경기가 진행되는 3시간 동안은 이기는 데만 집중하고 해보자.”
올해 출발 또한 좋다. 첫 4경기에서 타율 0.467(15타수 7안타), 2홈런, 10타점이다. 25일 NC전에선 개인통산 1500안타 고지를 밟았다. 4경기를 치른 가운데 10타점 고지를 밟은 선수는 루벤 카디네스(키움 히어로즈·12타점)와 구자욱이 ‘유이’하다. 그라운드에서 가치를 증명하고 있으니, 그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는 것은 당연하다.
구자욱은 “컨디션보다 더 중요한 게 지금의 분위기와 선수들의 열정”이라며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지만, 분위기만큼은 항상 좋은 쪽으로 유지해야 한다. 한결같은 분위기로 144경기를 모두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자욱. 대구ㅣ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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