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원 내고 월드컵 티켓 살 ‘권리’만 샀다?…팬들 “사기당한 기분, FIFA에 이용당했다” 분통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11일(한국시간) “지난 1년간 FIFA는 북중미월드컵 ‘티켓을 살 수 있는 권리’인 RTB를 팬들에게 판매했다. 그러나 실제 티켓 가격은 추후 공지였고, RTB 자체에는 티켓 금액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 뉴욕｜AP뉴시스

2026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운영하는 디지털 플랫폼 ‘피파 컬렉트(FIFA Collect)’를 통해 수천 달러를 내고 ‘티켓 구매권(Right To Buy, RTB)’을 산 팬들이 거센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팬들은 “사기당한 기분”이라며 FIFA가 팬심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고 비판하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11일(한국시간) “지난 1년간 FIFA는 북중미월드컵 ‘티켓을 살 수 있는 권리’인 RTB를 팬들에게 판매했다. 그러나 실제 티켓 가격은 추후 공지였고, RTB 자체에는 티켓 금액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디 애슬레틱’은 “이번 주 FIFA 컬렉트 운영진이 ‘대부분의 RTB 소지자는 1·2등급(Category 1·2) 티켓만 구매할 수 있다’고 밝히자 팬들은 폭발했다. 이 등급은 가장 비싸지만 가장 인기 없는 구역으로, 많은 팬들이 기대했던 저렴한 3·4등급 티켓은 사실상 배정조차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 팬은 “이건 말도 안 된다. RTB를 살 이유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권리’를 행사하려면 티켓 한 장에 1900달러(약 272만 원)나 2,700달러(약 386만 원)를 추가로 내야 한다”고 분노했다. 실제로 미국 대표팀의 월드컵 개막전은 대회 최고가 수준으로 책정됐다.

운영진에 따르면 RTB 소지자에게 배정된 티켓의 70%가 1등급, 28%가 2등급, 2%만이 3등급이며 4등급은 아예 없다. 한 이용자는 “처음부터 이런 비율을 알았다면 절대 RTB를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실망감이 커지면서 RTB 재판매 시장도 급락했다. 그동안 이익을 남기며 거래되던 토큰은 발표 직후 가격이 폭락, 원가 이하로 떨어졌다. 한 이용자는 “시장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FIFA는 논란에 대해 “티켓 등급은 판매 단계와 경기장 상황에 따라 조정된다”며 “팬들의 열정과 피드백을 인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판매 과정에서 팬들에게 티켓 가격이나 등급 정보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은 점에 대한 비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