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인기구단’롯데안방마님강민호,‘강민호송’터지면내방망이는춤춘다

입력 2008-05-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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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강민호(23)가 타석에 들어설 때면 팬들은 ‘강민호송’을 목놓아 부른다. 가사는 아주 간단하다. ‘롯데의 강민호∼ 롯데의 강민호∼ 오오오오∼.’ 이게 끝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이제 강민호가 없는 롯데, 롯데 선수가 아닌 강민호를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로 데뷔 5년째. 이제 강민호는 ‘전국구 인기구단’ 롯데의 마스코트가 됐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묵묵히 포수 전 경기 출장을 해낸 뚝심, 그러면서도 늘 웃으며 파이팅을 외치는 낙천적인 성격이 그를 ‘완소(완전소중) 민호’로 만들었다. ○‘제주소년’ 강민호, ‘야구소년’ 되다 제주도에 살던 소년 강민호는 신광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야구공을 잡았다. 친구들과 야구놀이를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5학년 때는 아버지 몰래 반 대항 야구대회에 나갔다. 그런데 여기서 우수투수상과 우수타자상을 휩쓴 게 문제였다. 교장선생님이 직접 집에 전화를 걸었다. “아이가 재능이 있는데 야구를 시키면 어떻겠습니까?” 아버지 강영찬 씨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우리 민호는 공부할겁니다.” 하지만 강 씨가 교장선생님의 이름을 듣는 순간 상황은 뒤바뀌었다. “민호 야구 좀 시켜야겠다.” “예. 알겠습니다, 선생님.” 교장 선생님은 아버지의 초등학교 은사였다. 그렇게 강민호는 행운을 잡았다. 그 때 야구를 반대하던 아버지는 이제 제주야구협회 이사직을 맡고 있고, 아들은 제주가 낳은 가장 유명한 야구선수 중 한 명이 됐다. ○‘포수는 외로워’…때로는 후회막심 강민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포수가 하고 싶었다. “포수가 야수들에게 이것저것 작전을 지시하잖아요. 그게 그렇게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중학교에 진학하자마자 포수를 자원했다. 처음엔 마냥 신났다. 그런데 포수라는 포지션을 알아갈수록 점점 더 힘들어졌다. 지난 10년간 수없이 후회하고 또 했다. “파울 타구에 맞으면 정말 너무 아파요.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지’ 싶죠. 또 경기를 하다보면 힘들고 외로울 때도 얼마나 많다고요.” 모든 야수와 투수들은 늘 포수를 바라보며 경기한다. 포수는 그들을 모두 보듬어야 한다. 괜히 ‘안방마님’이 아니다. 하지만 짊어져야 할 책임이 큰 만큼 승리의 기쁨도 두 배다. 강민호는 ‘그 맛’에 포수를 해왔다. ○한뼘 성장한 ‘포수’ 강민호 처음엔 시행착오도 많았다. 스물 한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주전을 꿰찼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시간은 헛되이 흐르지 않는다. 강민호에게는 경험과 자신감이 쌓여만 갔다. 어떤 팀의 어떤 타자를 상대해도 척척 요리해낸다. 투수의 컨디션에 따라 적절히 볼배합을 바꾸는 데도 능숙해졌다. 때로는 ‘어떤 공을 요구해도 얻어맞을 것 같은 날’이 있다. “그럴 땐 정말 ‘에라 모르겠다. 쳐라’는 심정으로 막 리드해요. 그런데 오히려 그럴 때 결과가 좋더라고요.” 몸으로 익힌 위기 타개책이다. 여전히 극복하기 힘든 것도 물론 있다. 박빙의 승부에서 역전을 허용했을 때의 상처다. 사람들은 종종 마운드에 서 있는 마무리 투수의 중압감에만 주목하지만 배터리를 이뤘던 포수도 그만큼 힘들고 괴롭다. 새벽까지 잠 못 이루고 뒤척이기 일쑤다. 롯데 마무리 임경완이 계속되는 부진으로 마음고생을 할 때면 강민호의 속도 함께 타들어갔다. 하지만 1점차 승리를 지켜낸 임경완이 “두 배로 고맙다”며 통닭 두 마리를 사주던 날, 강민호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그 통닭을 먹어치웠다. ○‘인간’ 강민호 KIA 투수 양현종은 22일 광주구장에서 강민호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민호형은 정말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고 중얼거렸다. 살가운 성격의 강민호는 선배와 후배들, 심지어 취재진들에게까지 두루 호감을 산다. 스스로 말하는 인기의 비결은 단순하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어서”란다. 그런 강민호도 우울할 때가 있다. 팀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다. 4월에 돌풍을 일으켰던 롯데는 5월에 들어서면서 또다시 주춤했다. 최근 몇 년 간 비슷한 경험을 했던 선수들의 어깨가 축 처졌다. 강민호는 “야구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고 매 경기 부담감이 컸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번엔 진짜로 다를 모양이다. 롯데는 21일 광주 KIA전을 기점으로 단숨에 5연승을 달렸다. 선두 SK와의 원정 3연전까지 싹쓸이하고 2위 두산을 1.5게임차까지 추격했다. 강민호도 덩달아 웃음을 되찾았다. 27일 현재 타율 0.329(10위), 홈런 9개(공동 6위), 33타점(공동 6위). 팀과 함께 상승하고 있는 강민호의 올 시즌 성적이다. 강민호는 “팬들의 변함없는 사랑 때문에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만원관중이 들어찬 사직구장에 ‘강민호송’이 울려퍼지면 피곤해서 축 늘어져있던 몸에 갑자기 기운이 솟구치는 게 느껴진다는 말과 함께였다. “아마 제 홈경기 타율이 원정경기 타율보다 훨씬 좋을 걸요?” 정말 그랬다. 강민호는 홈경기에서 0.342, 원정경기에서 0.316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의 강민호’가 자랑스럽게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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