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에세이]‘오뚝이’윤석민…그를키운건8할이실패

입력 2009-02-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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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윤석민(23·사진)은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잘 했습니다. 남들은 중·고교 때나 달아보는 태극마크를 구리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경험했으니까요. 대회 이름은 극동 아시안게임. 아시아 8개국 리틀 야구팀이 겨뤘는데, 우승하면 미국에 가서 본선을 치를 수 있었답니다. 꼭 태평양을 건너보고 싶어 열심히 던졌지만 결과는 준우승. “일본이 우승했어요. 양쪽 다 6승 무패인 채로 마지막에 만났는데 야수 실책 하나 때문에 3-4로 졌거든요.” 그 다음 태극마크는 치욕으로 불린 2006도하아시안게임. 당시 참가했던 선수라면 누구든 떠올리기 싫어하는 기억입니다. 하지만 윤석민은 말합니다. “그때 같이 뛰었던 군미필자들 대부분이 베이징올림픽 멤버였어요. 정근우(SK), 이용규(KIA), 이택근(히어로즈), 강민호(롯데)…. 전 그 때 우리가 실패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금메달이 가능했을 거라고 믿어요. 같은 실수는 절대 반복하지 않아요.” 그건 윤석민의 철칙이기도 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외부 사정이 복잡하게 얽혀 야구를 그만둘 뻔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내면 내가 지는 거다’라고 생각하며 이겨냈습니다. 2년차였던 2007년에는 7승18패(방어율 3.78)로 한 시즌 최다패의 멍에를 썼습니다. 그래도 “한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예요. 다시 겪는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웃어넘깁니다. 이제 그는 어느덧 대표팀의 3선발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라는 세계 최고의 무대가 눈앞입니다. 신인이던 2006년, TV로 첫 대회를 지켜보면서 “감히 꿈도 못꿨다”는 그입니다. 데뷔 첫 해 ‘트리플크라운’을 해내지도 못했고, 살면서 ‘괴물’ 소리 한 번 못들어봤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한수 위라고 생각했던 후배 류현진(한화)과 김광현(SK)을 거의 따라잡았습니다. 이제는 그들이 인정합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동시에 잘 던지는 선수는 거의 못봤어요. 근데 딱 한명 있어요. 석민이 형. 올해는 다승왕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선배 봉중근(LG)도 화답합니다.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와 꼭 맞붙어서 이기고 싶어요”라는 그의 희망에 “석민이 볼은 지터도 칠 수 없어”라고 응수했으니까요. 게다가 윤석민은 승부욕과 가능성으로 똘똘 뭉친 투수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털어놓은 걸 보면 말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언젠가는 국가대표 에이스 소리를 듣고 싶어요.”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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