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오승환-2020년 김광현’, 홍관조의 뒷문을 맡다!

입력 2020-07-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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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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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한 팀의 유니폼을 입고, 또 그 팀에 하나뿐인 보직을 한국인 선·후배가 맡는다.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

메이저리그 데뷔를 앞둔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23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시즌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캔자스시티 로열스전 9회초 등판해 1이닝 3삼진 무실점의 페펙트 피칭으로 팀의 6-3 승리를 지켰다. 이로써 시범경기 첫 세이브를 수확한 김광현은 마무리투수 보직을 맡긴 코칭스태프의 믿음에도 확실히 응답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94마일(약 151㎞)로 찍혀 구위로도 이미 시즌 준비를 끝마친 모습을 보여줬다. 상대한 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 역시 인상적이었다.

월드시리즈 우승 11회에 빛나는 ‘홍관조’ 군단은 유독 강한 마무리투수를 보유한 것으로 유명한 팀이다.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40세이브를 기록한 트레버 로젠탈(현 캔자스시티),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는 전천후 자원 카를로스 마르티네스, 시속 165㎞짜리 광속구를 던지는 조던 힉스 등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구위를 갖춘 ‘끝판왕’들이 넘쳐났다.

그런 거물급 투수들의 바통을 2020시즌에는 김광현이 가장 먼저 넘겨받는다. 세인트루이스 마이크 실트 감독은 “김광현이 마무리투수로 성공할 수 있다”며 그의 올해 보직을 시즌 개막에 앞서 못 박았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맞이하는 한국인 투수가 팀에서 가장 중요한 보직 중 하나인 뒷문지기를 맡게 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홍관조 군단의 뒷문을 맡은 코리안 메이저리거는 김광현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돌부처’ 오승환(38·현 삼성 라이온즈)이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마무리투수 보직을 따낸 바 있다. 당시 오승환은 붙박이 마무리투수로 군림하던 로젠탈을 밀어내고 ‘클로저’로 승격돼 76경기에서 6승3패19세이브14홀드, 평균자책점 1.92의 눈부신 성적을 남겼다.

2017년을 끝으로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를 떠났지만, 3년 뒤 김광현이라는 새 얼굴이 합류하면서 ‘코리안 빅리거 끝판왕’의 계보가 이어지게 됐다. 김광현이 오승환 못지않은 맹활약으로 지금의 우연을 필연으로 만든다면 2020시즌 메이저리그를 지켜보는 국내 팬들의 즐거움은 한층 더 커질 수 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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