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정관장 감독. 스포츠동아DB
안양 정관장은 8일 필리핀 세부 라푸라푸 시티 훕스 돔에서 열린 2023~2024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파이널 포 4강에서 서울 SK에 79-94로 져 결승행이 무산됐다.
부상 자원 속출로 열세에 놓여 있던 정관장은 결국 SK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정관장은 오는 10일 3·4위 결정전 승리를 통해 최종 대회 3위를 노린다.
정관장은 이번 대회 4강에 올라 세부행이 결정된 4개 팀 중 가장 높은 현지 인기를 자랑했다. 필리핀 국가대표 출신의 렌즈 아반도(26)가 현장 곳곳에서 자국 팬들로부터 연일 환호와 박수를 받은 이유에서다. 덕분에 아반도가 속한 정관장은 8일 경기를 홈경기와 비슷한 분위기로 치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엔 변수가 존재했다. 바로 아반도의 몸 상태다. 아반도는 지난 3일 홈에서 열린 고양 소노전에서 2개월 간의 허리 부상을 털고 힘겹게 복귀했다. 이후 곧바로 EASL 출전을 위해 6일에 세부행 비행기를 탔고, 이틀 뒤인 8일에 복귀 후 두 번째 경기를 치렀다.
정관장 김상식 감독은 6일 현지 숙소에 도착한 후 “아반도의 몸 상태가 계속 좋지 않아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축 선수인 아반도를 온전히 활용할 수 없다는 점과 필리핀 팬들에게 아반도의 뛰는 모습을 오래 보여줄 수 없을 것이란 걱정이 한데 섞인 한숨이었다.
현지 언론은 7일 기자회견부터 아반도의 몸 상태와 출전 여부를 김 감독에게 물었다. 김 감독은 최대한 정중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가능 한다면 5~10분이라도 뛰게 하려고 한다. 하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선수를 보호해야 할 의무도 있다”며 신중히 말했다.
아반도는 이번 대회를 뛰고 싶은 마음이 줄곧 강했다. 김 감독은 아반도의 몸 상태를 면밀히 살펴본 후 8일 경기 투입을 최종 결정했다. 아반도는 20분41초를 뛰며 자국 팬들 앞에서 11득점 활약을 펼쳤다.
8일 경기 후에도 아반도의 3·4위전 출전 여부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김 감독은 이번에도 최대한 상세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본인이 자국 팬들 앞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무리한 부분이 있다. 쉬어야 하는 상황이다. 몸 상태를 확인하고 또 치료해서 출전시간을 많이 가져갈 수 있도록 아반도와 얘기를 나눠보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아반도의 적은 출전시간으로 인해 필리핀 팬들이 혹여 실망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줄이려 힘썼다. 더불어 아반도와도 얘기를 계속 나누겠다는 말도 전했다. 선수와 팬 모두를 생각하는 김 감독의 보이지 않는 작은 배려였다.
세부(필리핀)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