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허웅. 스포츠동아DB
부산 KCC 가드 허웅(31·185㎝)은 5일 수원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7전4선승제) 5차전 4쿼터 종료 직전부터 눈물을 흘렸다. KCC의 88-70 승리가 굳어져 챔피언 등극이 확실해지자, 그는 팀 동료들뿐 아니라 상대팀 수원 KT 선수들과 인사하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닦기에 바빴다. 2014년 프로 데뷔 이후 9시즌을 뛴 끝에 맛보는 첫 우승이었다.
허웅의 챔프전 활약은 대단했다. 5경기 동안 평균 33분22초를 소화하며 18.8점·2.4리바운드·5.4어시스트·1.0스틸로 KCC의 정상 등극에 앞장섰다. 경기당 2.6개의 3점포를 가동하며 46.1%의 높은 적중률을 기록할 정도로 슈팅감각이 빼어났다.
플레이오프(PO)까지 간결한 공격으로 경기를 풀어나간 허웅이 챔프전에선 팀의 공격을 조율하는 능력까지 발휘했다. 6강 PO 3경기에선 평균 2.3어시스트에 그쳤으나 챔프전에선 2배 넘는 도움을 기록했다. 그 덕에 허웅은 PO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다. PO MVP 투표에서 총 84표 중 31표롤 얻어 상금 1000만 원을 보너스로 챙겼다. 프로 데뷔 이후 그의 첫 번째 MVP 타이틀이다.
KCC 허웅. 스포츠동아DB
허웅은 “우승이 처음이라 더 절실했다. 잘 때마다 기도할 만큼 절실했다. 1년간 함께한 동료들과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모두가 우승에 포커스를 맞췄다. 정말 매 경기 절실하게 했다.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프로 데뷔 후) 10년 동안 노력하고, 꿈꿨던 순간이 현실화됐다. 너무 행복한 눈물이었다. 동료들과 함께한 노력의 결과라서 더 감동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전창진 KCC 감독은 허웅을 얘기할 때 “큰형답다”는 말을 자주한다. 실제로 집에서 맏이인 그는 팀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직접 나섰다. 때로는 코칭스태프에게 과한 요구도 했다. 팀과 선수들이 원하는 바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 동료들에게는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KCC는 정규리그 막판부터 이른바 ‘슈퍼팀’의 위용을 되찾았고, 결국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따냈다.
허웅은 “슈퍼팀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사실 멤버끼리 너무 친하다. 늘 붙어있다. 경기장 밖에서도 잘 지내니 그게 코트 위에서 나왔다. 우리의 힘”이라며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이런 기분을 맛 봤으니 다음 시즌에도 다시 뭉쳐서 또 한번 정상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