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칫집이었지만, 먹을 것은 별로였다. 만원 관중에 응원 열기는 화끈했지만, 정작 승부는 싱겁게 끝났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화재가 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NH농협 2008-2009 프로배구 V리그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남자부 1차전에서 정규리그 1위이자 숙명의 라이벌 현대캐피탈을 3-0(25-22 25-22 25-22)으로 완파, 2연패를 향해 상큼한 출발을 보였다.
역대 V리그 네 차례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은 75%이다. 2차전은 7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승부는 기본기에서 갈렸다. 삼성화재는 수비부터 공격까지 침착하게 경기를 만들어간 반면 현대캐피탈은 경기 내내 수비 불안으로 안정감을 찾지 못했다.
10점을 터뜨린 상대 안젤코의 폭발력에 눌려 1세트를 내준 현대캐피탈은 2세트 중반 4점차까지 뒤지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상대의 연속 범실을 틈타 17-17 동점을 만들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런 기쁨도 잠시. 이후 서브 미스와 리시브 불안으로 흔들렸고, 안젤코의 힘없는 연타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등 분위기는 다시 가라앉았다. 3세트도 조직력이 흔들리는 등 정규리그 1위다운 면모는 찾아볼 수 없었
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수비에서 보완할 점이 많이 발견됐다. 상대 공격 때 수비에서 충분히 걷어낼 수 있는 볼도 걷어내지 못했다”면서 “집중력에서 뒤지고, 리시브가 안 되면 그 어떤 전술도 힘들다”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삼성화재는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린 ‘크로아티아 특급’ 안젤코(31점)의 강타는 물론 예의 탄탄한 수비력과 선수들의 집중력이 돋보였고, 어려운 고비에서 운까지 따라줬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무조건 침착한 경기 운영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 먼저 무너지지 않도록 선수들에게 주문했다”면서도 “손재홍이나 석진욱의 공격 때 운이 따라 준 점도 기분좋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벌어진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는 GS칼텍스가 흥국생명을 3-0으로 물리쳤다.
천안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