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규·윤봉우·앤더슨까지가세…고비마다천금같은가로막기성공
현대캐피탈에겐 여러 모로 의미있는 날이었다.
프로배구 최초로 단일 시즌 9만 관중을 돌파했고, 홈 팬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결국 고대한 승리로 끝나자 김호철 현대 감독은 6021명 관중 앞에서 자신의 18번곡 ‘그 집 앞’을 열창했고, 선수들은 ‘노바디’ 댄스로 한껏 달아오른 승리의 여운을 즐겼다.
7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08-2009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2차전의 승자는 현대였다. 세트 스코어는 3-1. 이틀 전 치른 첫 판을 무력하게 내준 탓에 현대로선 꼭 이겨야 했다.
김 감독은 “1차전을 졌다고 우승 못하는 게 아니다. 2006년 우승할 때도 첫 게임을 주고 시작했다. ‘벌떼 배구’를 하겠다. 모든 카드를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신치용 삼성 감독은 “주말에 푹 쉴 수 있도록 오늘 경기를 이기고 대전(3차전 장소)에서 승부를 결정짓고 싶다. 올 시즌 우린 목표한 바를 모두 이뤘다”며 느긋한 모습이었다.
‘극과 극’ 대조를 보인 벤치 때문이었을까. 현대의 플레이에는 ‘혼’이 담겨 있었다. 사력을 다해 디그를 올렸고, 높은 점프로 상대 공격을 차단했다. 시작부터 양복 상의를 벗어던진 김 감독은 특유의 호통보다 열정어린 박수로 코트 위의 선수들을 격려했다.
승부를 가른 것은 현대가 자랑한 ‘최강 높이’였다. 현대는 블로킹 22득점한 반면, 삼성은 6점에 머물렀다. 정규 시즌 블로킹 부문 1, 2위를 기록한 ‘거미손 듀오’ 이선규와 윤봉우, 앤더슨이 고비마다 가로막기를 성공했다.
블로킹 3점으로 기선을 제압한 첫 세트를 6점차로 잡은 현대는 2세트를 듀스 끝에 34-36으로 내줬으나 블로킹 8점으로 삼성(2점)을 앞섰다. 이후에도 김 감독의 ‘생각대로’ 이뤄졌다. 3세트 유효 블로킹에서 삼성은 고희진의 2개를 포함, 총 4개를 기록했으나 1득점에 불과했다.
현대는 이선규가 블로킹 3점을 따내는 등 8점을 올렸다. 4세트에서 현대는 리베로 오정록의 부상으로 잠시 위기를 맞았지만 박철우의 시간차 공격이 성공돼 승부는 원점이 됐다. 이날 윤봉우와 이선규는 각각 블로킹 7개와 4개, 앤더슨도 5개를 기록했다.
삼성은 안젤코가 양 팀 최다인 35득점을 했지만 범실10개를 기록했다. 김 감독은 “수비가 잘됐다. 끈질긴 디펜스로 상대 맥을 끊었다”고 기뻐했고, 신 감독은 “쓸데없는 범실(24개)이 잦았다”고 패인을 설명했다.
천안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