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여행 ①]물과 빛 그리고 푸른색, 몰타

입력 2016-01-20 18: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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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두투어 TRAVEL MAGAZINE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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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와 파우더 블루 그리고 비취와 파스텔 블루의 물이 태어난 곳, 지중해.
그러한 바다에 마치 나풀거리는 꽃잎처럼 자그맣게 내려앉은 몰타.
몰타는 지중해 한가운데에 그렇게 고요하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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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 우리에게는 아직 꽤 생소한 이름. 어딘지 남태평양에 뚝 떨어져 있을 법한 느낌도 있지만 몰타는 지중해 한가운데, 이탈리아 반도 끝에 있는 시칠리아섬에서도 100여 킬로미터 아래에 있는 제주도 크기의 1/6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이다. 파란 하늘 아래 그리고 그보다 더 파란 바다는 여행지뿐 아니라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가장 화사하게 돋보이는 곳이기도 해 최근 부쩍 신혼여행을 떠나오는 커플들이 많아졌다.

이제 몰타가 아직 보여주지 않은, 조심스럽게 숨겨놓은 진짜 지중해식 프로포즈를 받을 차례. 그 파란 몰타식 청혼. 몰타까지 가는 직항이 없었기에 터키를 경유했다. 대기하는 시간, 터키 항공 라운지의 푹신한 소파에 기댄 채 이스탄불 동쪽에서부터 밝아오는 새벽의 하늘을 보았다. 묽은 잉크처럼 푸르스름하게 밝아오던 하늘은 이제 곧 마주할 몰타의 하늘과 바다, 딱 그것의 밑그림이었다. 아침이 밝았고 터키의 이스탄불을 떠난 비행기는 세 시간이 지나 드디어 몰타의 활주로에 내렸다. 비스듬히 기울기를 낮추던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던 것은, 지중해와 몰타의 건물 모습들이었다. 은은하되 무겁지 않고 연약하되 쉽게 날아가지 않는, 이곳을 지나간 시로코 바람Sirocco-아프리카에서 지중해로 불어오는 바람이 남겨놓은 색. 그 라임스톤의 색은 이탈리아와 아랍 그리고 북아프리카의 나라들에서 조금씩 보았던 색들이었다.
사진=모두투어 TRAVEL MAGAZINE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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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hree Cities
올드 시티 & 빅토리아 요새, 쓰리 시티즈

쓰리 시티즈라는 곳을 몰타의 첫 방문지로 삼았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몰타의 수도인 발레타 반대편에 있는 호스피구아, 생글레아 그리고 비토리오사라는 세 지역으로 구성되어있는 쓰리 시티즈. 닻을 내린 채 잔잔한 바다 위에서 쉬고 있는 고급스러운 요트들과 큰 선박이 드나드는 그랑항Grand Harbour과 슬리에마Sliema 선착장이 있는 곳이다. 한가롭게 항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지만 사실 몰타의 역사는 모두 여기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계적으로 드물게 육지와 바로 맞닿은 바다의 깊이가 깊어 북아프리카와 아랍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 등 수많은 나라들이 지중해의 전략적 요충지에 있는 몰타를 차지하기 위해 이 항구를 통해서 들어왔고 또 사라져 갔다. 몰타는 수많은 나라들의 거센 도전과 침략을 받아왔지만 결국, 이렇게 현재 몰타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남아있다.

항구 뒤편으로, 부드러운 라임색으로 뒤덮인 올드 시티로 올라가 본다. 올드 시티 끝에는 몰타에서 가장 오래된 요새인 빅토리아 요새가 있다. 그랑항이 블루와 화이트의 세상이라면 올드 시티 전체는 라임스톤의 세계이다. 고운 모래를 발라놓은 것 같기도, 얼핏 별 무리 속의 은하수처럼도 보이는 라임스톤의 고운 벽에는 어딘지 마음을 놓게 만드는 따뜻한 온도가 숨어있다. 몰타에는 앞으로도 100년 이상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의 석회석이 땅에 묻혀 있다고 한다. 골목을 거닐다 벽에 박힌 한 사진을 보게 되었다. 한 여인의 얼굴이 새겨진 타일에는 그녀를 추도하는 십자가와 글귀가 있었다. 우연히도 마침 지나가는 할머니 두 분이 설명을 도와준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이 허락되지않아 자신의 집 2층 창문에서 몸을 던졌다는 로맨틱과 비극의 사이. 2층은 떨어져 생을 달리할 만큼의 높이는 아니지만 그녀가 마음을 먹고 독하게 던진 그 높이는 아마 그녀가 완성할 수 없었던 사랑의 거리만큼 멀었을 것이다. 은은하게 불빛이 새어 나오는 갤러리가 보였다. 골목과 갤러리. 이 이상적인 조합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마침 그림을 그리고 있던 화가는 낯선 이방인을 환하게 맞아주었다. 그는 항구에서 바라보는 올드 시티와 북부 몰타에서 볼 수 있다는 해바라기 그리고 지중해를 주로 그려낸다고 했다. 촉수 낮은 전등 빛 아래였지만 그 그림들에서는 이상하게 빛이 났다. 화가와 인사를 나누고 다시 골목으로 들어서며 올드 시티를 되도록 천천히 걸었다. 투박하게 이어진 바닥의 돌을 밟았고 상대방의 배려가 숨어 있는 유난히 낮은 계단을 내려왔다. 올드 시티를 나오며 든 생각은 어쩌면 이 골목과 갤러리에서 몰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미리 본 것은 아닐까 하는 것뿐이었다. 물론 화가의 미소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정리=동아닷컴 고영준 기자 hotbas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취재협조·사진=모두투어 TRAVEL MAGAZINE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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